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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어린이 책

그렇게 오래전 일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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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 n’y a pas si longtemps.....(Thierry Lenain Olivier Balez)Editions Sarbacane, 2005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아이가 셋 있는 가정의 남자어른이다. 그는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여성들은 투표권이 없었다는 것, 또 여성들은 머리수건을 쓰지 않고서는 성당의 미사에 참석할 수 없었으며,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벗을 수도 없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것은 다른 데가 아니었고, 수세기동안 그랬지요. 그것은 프랑스에서,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니랍니다”라고.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부모님이 어린 시절로 이어진다.  당시,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못했을 때, 자로 손바닥을 맞거나 귀를 세게 잡히는 등의 체벌을 받았다. 또 받아쓰기에서 빵점을 맞으면, 시간에 받아쓰기 공책을 등에 매달고 다니게 하는 식의 ‘망신주기’도 행해졌다. 그러면서 역시 이렇게 덧붙인다. “그것은 다른 데가 아니었고, 수세기동안 그랬지요. 그것은 프랑스에서,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니랍니다”

 

또 어머니가 어른이 되었을 때,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을 수도, 남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까페에 들어갈 수도 없었으며, 아이를 낙태할 권리도 없고, 낙태를 도왔다가는 사형을 당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았으며, 여성이 은행계좌를 열 때조차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사형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어렸을 때,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사형제도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처형을 결정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차렸을 때, 그것은 너무 늦었었습니다: 그들의 머리는 이미 짤려, 바구니 안에 있지요. 그것은 다른 데가 아니었고 수세기동안 그랬지요. 그것은 프랑스에서,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니랍니다. ”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많은 권리들이 옛날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게 해 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이 문제들을 살펴보는 건 의미있을 것이다. 내게는 프랑스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존속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 여성들은 여전히 미사포를 쓴다거나 자녀들이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는 걸 당연시 한다거나 사형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것 등은 되집어보게 했다. 

 

특히 이 책을 자녀들과 함께 읽고, 우리나라의 경우 오늘날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누려 온 것이 아닌 것을 아이들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나 결혼할 배우자를 부모님이 선택하고,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 결정에 따라야 했던 것, 불과 10여년 전까지 존재했던 ‘호주제’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이런 진지한 그림책이 좋다. 

 

                         <아래는 프랑스에서 사형에 쓰여진 도구인 단두대를 형상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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