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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여행중 메모

유럽의 흑인 노예무역 증거를 보여주는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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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몇 년 전, 프랑스 렌(Rennes)에서 '이민의 역사'를 소재로 한 전시회에서 본 족쇄이다.

과거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들을 데리고 올 때, 다리에 채웠던 족쇄의 실제 모습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흑인이 노예로 유통되었다는 사실은 이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런 엄청난 쇠사슬에 묶여 유럽으로 끌려온 흑인들은 물건처럼 거래되었다.

미국에서만 흑인 노예가 있는 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유럽에서도 흑인노예들이 비참한 생활을 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건설한 플렌테이션 농장에서도 흑인들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노예의 신분으로 유럽 백인들에 의해 참혹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사실도 몇년 전에야 알았다.

이런 사실을 보면서 나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 유럽인들에게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하얀 얼굴속에 감춰진 야만성을 난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른다.


어학연수를 할 때, 수업시간에 한 한국 학생이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 삶을 살았던 사실을 고발하듯 발표를 했을 때, 그걸 듣고 있던 선생님의 얼굴에서 '그게 뭐 어때서?'하는 듯한, 그의 일본에 대한 평가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적이 있다.

나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 선생님의 표정에 심한 굴욕감을 느꼈는데, 당시 프랑스 역시 일본과 똑같은 제국주의였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똑똑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과거행적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과거 조상님들의 행동에 너무 당당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지금의 프랑스인들은 제국주의경영으로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던 시대를 '벨 에포크'(Belle époque:아름다운 시대)라고 칭하며, 향수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과는 명백하게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이 행한 아프리카에서의 수탈은 엄청 잔인하고 집요했다.

지금도 가장 헐벗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모두 옛날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나라라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자원을 모두 고갈시키고 삶의 방식과 생산방식, 정치 등 모든 생활전반이 철저하게 식민지화된 이들 아프리카국가들이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중에 본 이 흑인을 노예로 끌고 올 때 채웠던 족쇄는 너무 섬뜩하고 잔인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물건을 통해 진실을 더 분명하게 본다.

이 족쇄는 그들의 하얀 얼굴속에 감춰진 야만과 폭력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물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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