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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프랑스 랑스(Rance)강, 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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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Rance)강은 프랑스 서북부, 북쪽 도버해협으로 흐르는 강이다.

바다와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 랑스강을 사이에 두고 생말로(Saint-Malo)가 오른쪽에, 왼쪽에는 디나르(Dinard)가 위치해 있다.
랑스강 상류에는 아름다운 중세도시 디낭(Dinan)이 있는데, 여름에는 디낭에서 생말로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이 있다.
나는 꼭 한번 유람선을 타고 랑스강을 여행하고 싶었다.
이 배는 디낭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생말로에서 출발하는 것도 있는데, 나는 생말로에서 랑스강을 가로질러 디낭으로 가는 배를 타기로 했다.
생말로와 디나르에서는 해안을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들이 무척 많다.
코르세르(Corsaire)라는 이름을 단 배들을 타고 아름다운 해안을 둘러볼 수 있고, 그 중 랑스강을 오가는 코스가 있다.

이른 아침, 렌(Rennes)을 출발해 생말로에 가서 배를 기다렸다.

이날은 배여행을 하기에 너무 좋은 날씨였다. 

저기 배가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탈 배다.

배는 디나르에서 이미 사람들을 가득 싣고 왔다. 

마침, 프랑스의 귀여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소풍을 나왔나보다.
재잘거리는 명랑한 아이들과 유람선 여행을 하게 되었다.

랑스강을 가로질러, 생말로에서 디낭까지 가는 데는 세 시간도 넘는 시간이 걸린다. 

랑스강은 너무 넓고 웅장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배가 달리고 있었다.

이 배 여행에서는 관광가이드의 랑스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프랑스에서 유일하면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력발전소가 바로 이 랑스강에 있다.
조력발전소의 수문을 지나는 데는 꼬박 30분이 걸렸다.
처음으로 지나가 보는 조력발전소라, 수문이 열리고 물이 채워지고, 다시 열린 문을 지나고 하는 일이 너무 재밌고 신기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조력발전소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좋은 발전소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랑스강에 조력발전소가 생긴 이후 발전소에서 물을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빼곤 해서 생태계를 많이 파괴시켰다고 한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가다가 끊어진 다리밑도 지나갔다.

다리가 끊어지는 건 시간이 정해져 있나보다. 우리는 다리 밑에서 잠시 기다렸다.
이 다리 밑을 지나가려는 배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또 다리 위에는 그 광경을 보러 온 관광객들도 있었다.
물론, 배들이 지나가는 동안 다리를 건너려던 자동차들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구경거리를 아이들이 놓칠리는 없다,
뱃머리로 나와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 틈에 나도 끼어 다리가 열리는 광경을 즐겁게 바라봤다.

한참 상류로 올라와서 우리는 작은 수문을 하나 더 지났다.

조력발전소의 수문에 비해 아주 작고 귀여운 수문이었지만, 배에서 수시간 있던 탓에 재잘거리며 재밌어했던 어린이들은 시쿤둥해 있었다.
여기를 지나는 데도 몇 십분을 소비했다.
그러고 보면, 랑스강 유람선 여행이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수문과 다리밑을 지날 때 걸리는 시간이 상당한 량을 차지했다.

랑스강을 지나면서 본 저 아름다운 마을이 '생술리악'(Saint-Souliac)이다.

생술리악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너무 힘들어 여행을 하지 못했다.ㅠㅠ
이렇게라도 살짝 본 것에 그저 만족해야 했다.

이제 엄청 상류까지 올라왔다.

넓은 랑스강의 폭이 눈에 띄게 좁아졌다.
그 사이, 랑스강에서 행해진다는 특별한 고기잡이 시설도 보고, 강가에 사는 새들도 많이 보았다.
가이드는 왜가리를 만났을 때는 만나기 힘든 왜가리를 본 우리들의 행운에 대해 무척 흥분하며 이야기했다.
'한국의 우리 동네 '학의천'에서 늘 보는 왜가리를 가지고 호들갑은?' 생각하면서 나는 좀 으쓱했다.
가이드가 왜가리를 보고 흥분을 하든말든, 어린이들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긴 여정에 완전히 지쳐서 늘어져 있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조용해진 것도 한참 전부터였다.

저 멀리, 디낭이 보인다.

이제 다 왔다.
랑스강 폭은 정말 좁고 낮아졌다.

자동차로 디낭에 들어갈 수 있는 고가다리 '비아뒥'(viaduc)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배 안에서이다. 

디낭의 항구에 닿았다.

덥기도 하고 배안에서 답답하기도 했던 차에 디낭에 도착하니 반가운 마음에 나는 얼른 배를 내렸다.

아이들도 이제야 기지개를 켜며, 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부지런히 배에서 내렸다.
이 배는 다음날 오전에 생말로로 떠날 것이다.
랑스강 유람선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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