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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디아스포라(Diaspora), 브르타뉴의 이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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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을 여행하다가 렌(Rennes)에서 이민자들의 역사를 소재로 한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이주’(Migrations)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3월 중순~9월 초까지 약 6개월간 펼쳐졌는데, 해마다 ‘브르타뉴’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나는 이 전시를 통해, 프랑스 브르타뉴지역이 이주민에 의해 이루어진 고장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고대로부터 이주민에 의해 형성된 브르타뉴지역의 주민들은 20세기 초, 다시 세계 각지로 이주를 하게 된다. 
당시 그들은 노동자나 가정부와 같이 저임금 노동자로, 생계를 위해  파리, 캐나다, 미국 등지로 떠난다. 
그들이 떠난 빈 자리엔 다시 포르투칼, 알제리 등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들 역시 생계를 위해 브르타뉴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었다.   

특히, 내게는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의 가정부나 유모, 혹은 베이비시터 등의 일을 하러 떠난 브르타뉴의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일을 하러 파리로 떠난 여성들은 수천명에 이르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루어지다가 1,2차 세계대전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만화주인공인 베카씬은 바로 이런 브르타뉴 젊은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렇게 세계각지로 퍼진 브르타뉴 사람들은 그들의 전통적인 문화를 간직하기도 하고 그곳 문화를 흡수해 자신들의 문화를 변형시키기도 하면서 브르타뉴 문화를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다.

세계로 퍼진 브르타뉴인들은 물론, 외국에서 브르타뉴지방으로 유입된 사람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브르타뉴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브르타뉴를 만들어가는, 모두 브르타뉴 사람들인 것이다. 

당시 행사는 전시회는 물론, 이주를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강연과 함께 브르타뉴로 이주해 온 다른 국가들의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도 열렸다. 

모두 '문화적 다양성' 의식을 더욱 고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들이다.

브르타뉴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이주민에 의해 형성되어온 고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정체성으로 부각시키면서도 주민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다문화적인 성격이 점점 커짐에도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기보다는 이주민의 문화는 무시하고 그들에게 우리 문화만 주입시키려고 하는 우리들을 비춰볼 때, 브르타뉴지역에서 다문화를 그들의 장점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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