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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계룡산의 남매탑, 혹은 오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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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은 갑사에서 동학사로 향해 가는 산길에서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는 남매탑의 모습이다.

남매탑은 동학사에서 가면 더 가깝다.

​이들이 '남매탑', 혹은 '오뉘탑'이라고 불리는 탑이다.

크기가 다른 석탑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정식 명칭은 '공주 청량사지 칠층석탑'과 '공주 청량사지 오층석탑'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관리되는 문화재이다.

내게 남매탑은 옛날 국어교과서에 실린 '갑사로 가는 길'이란 수필 때문에 기억하는 탑이다.

당시엔 그 글이 왜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지...

그래서 좀 나이가 들어서는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수필의 여정대로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갑사로 향하는 산행을 하기도 했었다.

다 낭만적인 젊은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다가 50이 넘은 나이에 다시 남매탑을 보게 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났어도 산은 여전하고, 남매탑도 변함없이 그 모습이다.

​이 탑들은 전설로 더 유명하다.

신라시대 토굴에서 수도를 하던 '상원'이라는 스님이 목에 가시가 박힌 호랑이의 생명을 구해준다.

며칠 뒤 스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호랑이가 마을 처녀를 업어왔다.

그러나 스님은 마을 처녀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님에게 다시 보낸다.

직업상 부부의 연을 맺을 없다고 판단한 스님은 그 처녀를 동생으로 삼고 함께 부처님의 수행자로 열심히 정진하면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들의 넋을 기려 이 탑을 건립했다는 전설이다.

미투(Me Too)운동으로 뜨거운 요즘, 호랑이의 행동은 참으로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것은 엄연히 납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였으며, 스님에게 끌려 갔을 때나 집으로 돌아갔을 때나 또다시 스님과 살게 되었을 때도 처녀의 의견이나 입장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고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는 인상이다.

이런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전설이 미담처럼 전해내려오다니!

시절이 바뀌니, 옛날의 전설들도 비판적으로 읽게 된다.

전설이야 어떻든 탑은 엄청 다정해 보인다.

오층석탑 앞에 세워져 있는 있는 안내판이다.

탑의 모습이 너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탑의 일부분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 안내문을 읽고 알았다.

이 탑은 전형적인 백제계 오층석탑 양식을 ​띄고 있다.

​이건 청량사지 칠층석탑에 대한 안내문!

역시 이 탑도 소실된 부분이 있다. 

좁고 긴 모양을 한 것이 특징으로, 미륵사지석탑이나 왕궁리오층석탑으로 이어지는 석탑양식을 보여준다.

고려 중기의 특징을 잘 반영한 탑이라고 한다.

​남매탑 바로 옆에는 상원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방문객이 많은 곳이라는 걸 잘 알려 주듯, 암자 마당에는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모두 등산객들뿐이다.

성가시기만 한 등산객에게 이렇게 너른 뜰을 내주다니, 참으로 인심 좋은 절이다.

나는 상원암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또 남매탑 옆 공터에도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벤치와 간이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사에서 출발하거나 동학사에서 출발하거나 계룡산 산행을 하면서는 남매탑의 위치가 이 부근에서 식사를 하기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남매탑 둘레에 등산객이 이토록 많은 듯 하다.

사람이 많으니, 남매탑이 있는 공간이 더 다정하고 따뜻함이 넘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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