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선물

찌꺼의 부엌



지난 해 가을, 이웃 아파트 화단의 한 모과나무에는 잎이 다 지도록 모과 한 덩어리가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길게 빼고 그 모과를 바라보길 좋아했다.

나도 저렇게 큰 모과가 한 덩어리 있으면, 참 좋겠다... 하면서 부러움과 아쉬움으로 이 나무 곁을 지날 때마다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이 모과는 내 눈에서 쉬이 사라져 주지 않았다.



함박눈이 내린 한 겨울에도 모과는 이렇게 건재하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모과를 가지고 차를 만드는 것도 참 좋아한다.

간혹 모과를 선물받을 때면, 잊지 않고 그걸로 차를 만들었다.

물론, 이 아파트 단지의 모과는 먹을 수는 없다.

맹독성 농약이 뿌려지는 아파트 화단의 모과는 그저 그림의 떡이지만, 현관 신발장 위에 놓아두면 모과향이 은은히 퍼져 가을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흠찔흠찔 이웃 아파트 화단의 모과를 바라보며 다니고 있던, 함박눈도 내린 이맘때 겨울 어느날, 산골마을에 사는 친구에게서 선물꾸러미가 보내졌다.

그 선물 꾸러미 안에는 그녀가 가꾼 유기농 곡식들과 정성껏 만든 보리수 효소와 함께, 모과가 자그만치 세 덩어리나 담겨 있었다.

모과 한 덩어리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원이 얼마나 크고 간절했던지, 세 덩어리나 생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소원은 항상 너무 세게 이루어지거나 아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작년, 나의 모과 소원은 정말 너무 세게 이루어졌다.

나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이것들은 차를 만들지 않고 겨울 내내 신발장 위에 놓고 모과향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해가 바뀌고...

이웃 아파트 화단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모과가 여전히 매달려 있지만, 내게는 모과가 한 덩어리조차 없다.

아마도 올해는 내 소원이 아에 이루어지지 않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