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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외할머니가 만드신 왕골 바구니와 떡시루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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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옷장 안에서 양말 바구니로 쓰고 있는 왕골 바구니와 냄비 받침으로 쓰고 있는 '떡시루틀'이다.

이건 모두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어머니께 선물한 것이다.

시집올 때 가지고 오신 물건들이라니, 모두 50년도 더 전에 만든 것들이다.

외할머니는 정말 솜씨가 좋으신 분이셨다.

이것 말고 외할머니께서 만드신 물건들이 좀더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건 이것들이다.


왕골바구니는 외갓집 왕골논에서 직접 키워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해마다 이곳에서 생산된 왕골을 가지고 생활에 필요한 돗자리와 바구니 같은 것을 짜서 쓰셨다고 했다.


또 떡시루틀은 어머니 말씀으로는 '질경이풀'로 만드셨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시루를 쓸일 없는 난 이걸 냄비받침으로 쓰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이 물건은 내 것이었다. 

냄비의 화기로 군데군데 타기도 했지만, 아직도 냄비받침으로 손색이 없다.

나는 이건 식탁 위에서 쓰고 있다.

납작하고 넓어서 식탁 위에서 전골냄비나 뚝배기를 올려놓고 식사를 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외할머니와는 그리 추억이 많지 않지만, 할머니께서 만든 이 물건들과 함께 한 세월이 외할머니와 나눈 추억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아주 오래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그런 물건이 좋다.

그런 물건을 오래오래 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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