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 가는길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오대산의 비로봉을, 그것도 눈쌓인 겨울 산행을 감행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오대산 적멸보궁을 지나치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봉에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산허리를 끼고 평평한 길을 걸을 때까지도 비로봉 가는 길은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까마귀를 만났다. 아주 크고 잘생긴 까마귀다.

사진기를 내밀어도 움직이지 않자, 나는 줌을 당겼다.

우와~

까마귀를 이렇게 크고 선명하게 찍는 데 성공!

물론, 이 사진 촬영 직후, 까마귀는 날아갔고, 여전히 입가에 즐거운 웃음을 거두지 못한 내게 뒤이어 오시던 등산객은 무슨 일이었냐고 묻는다.

까마귀를 사진찍었다고 말씀을 드리자,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까마귀 찍기는 정말 힘든데..."하시며, 부러워하셨다.

까마귀 찍기가 힘들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이렇게 가까이서 선명하게 까마귀를 찍은 건 처음이다.^^ 

조금씩 길이 험해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함께 걷고 있던 등산동우회 분들이 자꾸 내 앞을 가로질러 가고...

나는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했다.

비로봉이 400미터밖에 남지 않았다고 쓰여있는 이정표를 만났지만, 이 400미터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아주 급한 내리막길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산행을 할 때, 내리막은 반가운 존재는 결코 아니다.

많이 내려간 만큼, 그만큼 다시 오르막이 시작될 거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왕~ 끝도 없이 내려간다....ㅠㅠ

그리고 다시, 깍아지른 듯 시작되는 급경사 코스에 접어들었을 때, 만난 죽은 전나무!

나는 너무 힘들어 발걸음을 겨우겨우 떼고 있었지만, 길을 멈추고 장갑을 벗고 이 사진을 찍었다.

이 나무를 보면서, '내가 이 아이를 보려고 여길 왔구나!' 생각했다.

기운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올라오다가 약간 내리막이 있고...

이제 저 건너편부터 비로봉 정상까지는 쉼없이 가파른 오르막이다.

숨을 고르며 올라가야 한다. 

비로봉 바로 아래 산허리에는 죽은 전나무들이 정말 많았다.

옛날에도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앞만 보고, 항상 쉬지 않고 비로봉을 향해 올라갔던 것 같다.

몇 차례 비로봉을 다녀갔지만, 이 죽은 전나무들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꼭 뒤를 돌아봐야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비로봉 바로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풍경이다.

멀리 다른 산 능선이 보인다.

이제 진짜,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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