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뜯는 소들 (프랑스 브르타뉴)

찌꺼의 부엌



브르타뉴 농촌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소떼를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브르타뉴는 프랑스에서도 쇠고기를 대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는 공장식으로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풀밭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우는 목장들이 많아서

들판에서 유유자적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행히도 브르타뉴의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자라는 소들은 목장 건물안에 갇혀

위장에 수세미를 넣은 채, 사료만 먹다가 도축되는 공장식 소들보다는 행복해 보인다.

또 이렇게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산 소를 잡아먹는 것이 마음이 덜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베슈렐 근처의 농촌을 걸을 때였는데, 마침 산책로 아주 가까이에 있는 목장의 이 소들을 만났다.

나는 좀 더 자세하게 이들을 보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내가 다가가자 나를 발견한 소들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들에게도 동양인인 내가 너무 신기해 보였던 걸까?

사실, 이런 시골 마을에서 동양인을 보기는 쉽지 않다.

소들에게도 내가 신기한 구경거리 같아 보였다. 난 이런 상황이 기분나쁘지 않았다.


"반가워!"

나는 알아듣건 말건 한국말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눈을 마주보며, 가까이서 소들을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서로 마추친 눈빛 속에서, 우리가 서로 교감하며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분명히 받았다.


그 교감의 강도는 간난아기를 대할 때보다 훨씬 강렬한 것으로, 

소들이 감정적인 능력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무척 고등한 존재라는 사실이 단번에 온몸으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이런 고등동물을 식량으로 잡아먹는다는 것이 충격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쇠고기를 먹을 때도 살아있는 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의 살덩어리를 볼 뿐이어서 그 고기가 어디서 왔는지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감정을 온전히 주고 받을 수 있는 고등동물의 몸뚱이라는 사실을 대면하는 순간,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육식습관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다.

즐기지는 않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고기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한번도 그 고기들이 어디서 왔는지, 직시할 기회가 없었다는 걸 떠올렸다.

좀더 살아있는 가축들을 자주, 가까이서 본다면

그들과 더 많이 감정을 나눈다면, 어쩜 더 빨리 육식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라지는 말자!

적어도 이번 경험 속에서는 쇠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과 나눈 눈빛을 기억하면서

조금 더 불편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기를...

그렇게 첫 발을 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