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풀, 꽃, 나무 이야기

아버지의 주목나무들

반응형

아버지는 옛날부터 나무 가꾸시는 걸 매우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넓은 뒤뜰은 산수유, 호두나무, 오동나무, 향나무 등,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중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셨던 나무는 주목이었다.

다른 것들은 한 그루씩이었는데, 유독 주목나무만은 여러 그루를 키우셨다. 

그것들은 한 그루 있던 주목의 가지를 작게 잘라 꺽꽂이 해서 뜰에 조르르 심은 것이다.

 벌써 한참 전, 30년도 더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흙에 꽂아 놓은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란 주목들이 지금은 이렇게 컸다.

이 나무들은 그러니까 30살도 더 나이를 먹었다.

30살 먹은 나무라기에는 또 너무 작다.

'주목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자란다'고 아버지께서 해주신 어린 시절의 말씀이 정말 맞다.

여태 이만큼 자랐을 뿐이다.

약 20년 전 예전에 살던 곳에서 지금 사시는 곳으로 이사를 오실 때도 

아버지는 뜰의 다른 나무들은 남겨 두었지만, 주목들만은 모두 뽑아서 오셨다.

세월이 너무 흘러 아버지는 여든이 넘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었는데아버지가 좋아하는 주목은 아직 요만큼밖에 자라지 못했다.

어버지 생전에 보실 수 있는 주목나무의 크기는 어쩜 이 정도가 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더 빨리빨리 나무들이 쑥쑥 자라거나 어버지가 아주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큰 욕심이겠지...ㅠㅠ

세상에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있다.


세월이 정말 너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부모님 댁을 방문할 때마다  

부모님보다도 먼저 집 앞에서 만나는 주목들을 보면서 한다.


우웽~ 그런데 누가 아버지 나무에 자전거를 묶어 놓았다.

겨우내 낙상을 걱정해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보시면, 경을 칠 일이 분명해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