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시다, 서양의 빗자루를 만들던 양골담초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5월로 접어들어 브르타뉴의 들판을 온통 뒤덮었던 아종(ajonc)이 슬슬 시들어가면, 그 근처에 함께 자라고 있는 주네(genêt)가 다시 브르타뉴 들판을 뒤덮는다.

브르타뉴의 5월은 주네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네는 아종보다 물기가 많은 땅에서 자란다.

그래서 건조하고 척박한 땅이 얼마나 비옥해져가고 있는지를 재는 척도로 주네가 자라고 있는가 아닌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주네가 자라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관목들이 나타나고 이어서 숲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주네가 요즘은 우리나라 꽃집에서도 한창이다.

화원 주인에게 이름을 여쭈어 보니, '애니시다'라고 한단다. 

우리나라 말로는 '양골담초'라고...


그런데 재미난 한 가지 사실, 이 주네는 프랑스에서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유명하다.

아에 프랑스에서는 '주네 아 발래'(genêt à balais), '빗자루를 만드는 주네'라고 불릴 정도다.

브르타뉴의 들판과 숲 가장자리에는 주네가 정말 많이 자란다.

그래서 옛날에 시골에서 만든 주네 빗자루는 도시의 가정과 공장, 농장 등지로 팔려나갔다. 

빗자루는 생활 필수품이다 보니, 그 소비량도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늘을 나는 서양 '마녀의 빗자루'는 바로 이 주네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위 사진은 주네 꽃이 지고 잎도 어느 정도 떨어진 가지에 콩깍지처럼 생긴 씨앗이 맺힌 모습이다.

꽃이 진 7월 어느날, '브로셀리앙드 숲' 가장자리에 흐드러지게 자라고 있는 주네를 찍은 것이다.  

꽃이 지고 잎마저 떨어지면, 주네 가지를 이용해서 빗자루를 만든다.


나는 올 봄에는 프랑스에서 받아온 주네 씨앗 몇 알을 우리 동네 하천 둑에 뿌렸다.

주네가 피어나려나?

나도 어쩜 하늘을 나는 '마녀의 빗자루'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뿌린 씨앗들에서 싹이 트길 기다린다.


아래 사진은 옛날에 주네로 빗자루를 만들던 모습!

Petits métiers Bretons d'autrefois(Editions Libro-Sciences SPRL; Bruxelles, 1978)라는 책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