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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해외여행

몽마르트르 언덕,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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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파리를 방문했을 때, 몇 군데 구경을 하러 가기 위해 선택한 곳 중 하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이었다.

갑자기 몽마르트르 언덕 뒷편에 있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랑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보고 싶었다.

큰 가방까지 끌고 언덕 끝까지 나있는 계단을 오르면서는 내가 왜 몽마르트르 언덕을 선택했지, 엄청 후회했는데 그 사이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이 엄청 많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게다가 지하철 역에서 나왔을 때는 등에 맨 배낭의 지퍼도 열려 있는 상태였다.

나는 가방 입구에 늘 꺼내기 쉽게 넣어 놓는 '아이팟 터치'(당시는 신상!)를 생각했다.

'아이팟 터치는 도둑을 맞았겠구나!' 지퍼가 열린 걸 확인하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항상 챙기던 습관과 달리, 내가 가방 저 안쪽 깊숙한 곳에 아이팟 터치를 넣었다는 걸 생각해냈다.

정말 그건 섬세한 생각을 해서가 아니었다.

우연스럽게도 이날 따라 안쪽에 깊숙히 넣었고, 그런 덕에 도둑을 맞는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내 배낭을 연 사람은 아무 것도 챙겨가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 중에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 중에 유독 파리에서만 여러 번 가방이 털렸다. 

10년 사이, 살기가 무척 나빠졌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유학을 했던 10여년 전, 수업을 듣기 위해 수없이 파리를 오갈 때도 가방을 털린 적은 없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그들은 지퍼를 열어 안을 뒤지고는 그대로 벌려 놓고 간다.

뒤진다고 해봐야 아주 짧은 동안, 바로 눈에 띄는 걸 꺼내가는 정도이니 지퍼를 다시 닫을 짬도 없겠지만, 자기 가방이 열려 있는 걸 목격하게 되는 사람은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가방에 눈에 잘 띄는 큰 글씨로 '지퍼는 꼭 닫아 주세요!'라고 써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몽마르트르 지하철 역을 나와, 사라진 것이 없다는 걸 안 뒤에는 얼른 배낭에 방수덮개를 씌웠다.

마침, 부슬부슬 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소매치기를 걱정하는 소심한 동양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와! 비가 내리는 11월, 추운 날씨였는데도 관광객들이 너무 많다.

파리는 옛날보다 관광객이 훨씬 더 많아진 느낌이다.

특히,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 쾨르 성당' 앞에는 방문객이 너무 많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관광객들 틈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다.

몇 가지 기념품을 들고 나와 파는 노점상들이었는데, 많은 관광객 못지 않게 나를 놀라게 한 사람들은 이들이었다.

작은 보자기에 끈으로 손잡이를 달아,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바로 자루처럼 물건을 쓸어담을 수 있게 만들었다.

모두 유색인종으로 한눈에 봐도 가난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홍보하면서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단속반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파리는 결코 옛날처럼 즐거운 관광지는 아니었다.

관광객을 위해 차려 놓은 아주 거대한 세트장 같다고 할까?

거기에 관광객에 기대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불법노점상들과 구걸하는 이들과 짠짠한 수법으로 돈을 뜯어 가려는 사람들까지...

내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아마 옛날에도 이런 사람들이 존재했을지 모른다.

보려고 하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그래서 파리는 너무 슬프다. 

슬픈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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