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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건국대 일감호, 해기울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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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교정에 있는 일감호를 찾은 건 25년 만의 일이다.

근처에 볼일이 있었는데,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나는 비는 시간 동안 뭘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건국대학교 안에 있는 호수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건국대는 내가 나온 학교는 아니지만, 호수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추억이 많은 곳이다.

도심에, 그것도 대학 내에 이렇게 크고 멋진 호수가 있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든다.

그 사이 호수를 둘러싼 풍경이 너무 많이 변했다.

이렇게 엄청난 높이의 고층 아파트는 호수와 너무 안어울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ㅠㅠ 

그러다가 한 나무 뒤에 서니, 고층건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결 낫다.

등나무 둥치 앞에서는 이 건물이 훨씬 더 많이 가려진다.

등나무 몸통들이 더 많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해가 진 밤에, 꼭 이 자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호수 건너편 2호선 지하철은 '은하철도 999'를 닮았었다.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듯, 전동차가 달려가는 걸 볼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자리에서였다.

지금도 그럴까?

그리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예전의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더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다.

이건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일감호의 풍경! 

일감호 안에 있는 작은 섬에 왜가리들이 여러 마리 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의 둥지인 듯 했다.

나는 품질이 나쁜 스마트폰의 줌을 길게 빼, 왜가리들이 높은 가지 끝에 앉은 모습을 겨우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어렵게 시도한 끝에 왜가리가 나는 장면도 찍었다.

이번에 왜가리들을 봐서 좋았다.

일감호에 대한 추억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순간! 뭐든 지난 추억만 있는 건 슬프다.

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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