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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어느 여름, 왜제비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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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화단에 왜제비꽃이 한창이다.

왜제비꽃은 그저 들꽃에 지나지 않지만, 꽃이 너무 커서 활짝 피어있으면 마치 정원화초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나는 관악산 자락에서 왜제비꽃을 한웅큼 파다가 화분에서 키운 적이 있다.

왜제비꽃은 화분에서도 참 잘 자란다.

게다가 가을에는 씨가 주위 화분으로 날아가, 몇 년 지나지 않아서는 왜제비꽃이 돋아나지 않는 화분이 없을 지경이었다.

즐겁게 키우다가 프랑스를 다니러 가면서는 우리 아파트 화단에 심어주고 갔는데, 잠시 다니러 온 어느 즈음, 빈 화분에 가득 덮혀 있던 낙엽들 사이로 파릇파릇 싹이 보여 낙엽을 헤쳐보니, 빼꼼히 왜제비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도 전혀 주지 않은 그 속에서 싹을 틔운 생명력이 놀라웠다.

낙엽이 그늘을 깊게 만들어 주고 수분을 그나마 보존해 주었던 모양이다.

나는 왜제비꽃을 덮고 있던 낙엽들을 모두 걷어내고 물도 듬뿍 주었다.

당시에는 세 달간 머물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무럭무럭 정말 잘 자랐다.

당시 우리 집을 종종 다녀가신 어머니가 물으신다.

"저건 어떻게 하고 갈 거니?"

화단에 심어주고 가면 돼요~"

"그럼 날 다오!"

나는 흔쾌히 봉지에 담아 어머니께 드렸고, 다시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그 다음해,  왜제비꽃은 어머니 댁에서 예쁘게 꽃을 피웠다.

지금도 어머니 댁에서 왜제비꽃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래는 현재 모습!

정말 소담스럽게 잘 자랐다.

지금쯤 어머니네 왜제비꽃도 꽃을 피웠겠다. 

꽃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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