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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오대산 적멸보궁의 연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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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을 갈 때, 빼놓지 않고 들르는 또 한 곳은 적멸보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귀한 사찰이라는 이곳은 산길을 40분 넘게 올라가야 하는 오대산 중앙에 위치해 있다.


비로봉 가는 길에는 눈길만 던진 채, 그곳을 거치지 않고 산행을 계속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 떠나기 직전, 무거운 짐을 다 챙겨 배낭에 메고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적멸보궁을 갔다가 집으로 갈 참이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지만, 수행하는 느낌으로 한발짝 한발짝 떼며 산길을 올랐다.


우와! 입구에서부터 범상치가 않다.

적멸보궁은 작은 법당이 하나 있을 뿐이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만큼 기도의 효험이 커서일까?

다른 어떤 곳보다 소원을 담은 연등들이 많다.  

날이 맑은 5월, 계단에서 올려다 본 적멸보궁 뜰 연등들은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 더욱 화려해 보였다. 

경내에 들어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언제 땀을 뻘뻘 흘렸나 싶을 정도로 산바람에 금방 땀이 말랐다.

그 바람에 사람들의 소원을 적은 쪽지들도 팔랑팔랑 소리를 내며 날리고 있었다.

법당 안에서는 주지스님의 염불소리가 낭낭하게 산사를 에워쌌다.

마침 사람들의 소원을 축원하는 법회인듯 했다.

법당 앞 축대 위에 등산방석을 펴고 앉아 숨을 고르며 스님의 연불을 듣는데, 웃음이 나온다.

"사업번창과 시험합격, 부동산값 상승..." 등, 그 소원이 하도 속되서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속된 소원을 축원해야 하는 스님의 신세가 더 나빠보인다.ㅠㅠ


여전히 바람이 분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중생에게 선사하는 큰 선물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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