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에서 첫 벼룩시장 나들이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브르타뉴의 렌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할 때, 하늘풀님과 내가 가장 먼저 나들이를 떠난 곳은 바로 벼룩시장이었다. 

우리는 지도를 들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체육관에 도착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터라, 기대했던 대로 실내에서 펼쳐지는 벼룩시장은 참 편안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산책삼아 돌아보는 데는 아주 그만이다.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특히, 하늘풀님은 작은 접시들과 다리미를 꼭 구하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대형슈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접시들을 가리키며, 사자고 재촉을 했다.

나는 그 때마다 그녀의 소매를 끌며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늘풀님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난 한 할머니의 접시들 앞에 발을 멈췄다. 

예쁜 꽃이 그려져 있는 오래된 접시였다. 

할머니는 1유로(당시, 약 1,600원)에 두 개씩 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접시 두 개를 집어들었고, 작은 것들을 가리키며 1유료에 세 개를 달라는 내 흥정도 성공을 했다. 

마음에 쏙드는 접시들을 많이 샀다. 

 

또 뚜껑에 오리장식이 있는 작은 도자기 그릇도 발견했다. 

우리로서는 두 개면 충분한데, 팔고 있는 아주머니는 네 개가 담긴 세트를 한꺼번에 사길 원하셨다. 

물론, 그 가격은 2유로! 

나는 한국에서 친구들을 초대할 때면 자주 해주는 생선전골을 생각했다. 

그때 소스 용기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하늘풀님도 바로 찬성하는 의사를 표현했는데, 

그녀는 올리브 절임이나 쌈장 같은 걸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그렇게 그 그릇을 산 뒤, 앞서 걷던 하늘풀님이 꽃그림의 예쁜 차 주전자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홍차나 허브를 우리면 참 좋겠다. 게다가 50쌍띰(약 800원)이라니, 안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물건값을 치뤗다. 이어서 다리미도 발견했다. 

스팀장치가 망가지긴 했지만, 다리는 데는 아무 불편 없어보이는 다리미를 2유로에 샀다. 

이 정도면 성과가 좋다. 그날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와, 사온 그릇들을 이용해 간식을 먹으며 우리는 우리가 산 물건들에 감동하며 깔깔거렸다. 

 


그러나 그 뒤 며칠 동안, 난 그날 산 차주전자 때문에 심한 갈등에 빠졌다. 

주전자가 너무 예뻐서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지만, 

도자기라 조심스럽기도 하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 들고 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주전자를 가져가야겠다고 결심을 굳히려는 사이, 며칠 지나지 않아 설거지를 하다가 주둥이를 깨뜨리고 말았다. 

다행히, 살짝 깨져서 쓰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한국에 가져 가고 싶다'는 생각에선 말끔히 벗어났다. 

그러니 깨진 것도 꼭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