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라곶(Pointe du Raz) 가는 길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프랑스 서북부 끝단에 위치한 '라곶'(Pointe du Raz:뽀엥뜨 뒤 라)을 찾은 건 요즘같이 날씨가 더운 7월 어느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잘못 들어, 우리는 라곶으로 향하는 직선 길을 놓치고 해안을 한참 에둘러 가야 했는데, 그렇게 돌아가면서 본 해안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길을 잃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절경이다.

해안 발치에 있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과 깎아지른 절벽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만든 아름다운 해안선에 정신을 빼앗긴 채 한참을 걸었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여름, 프랑스 서북부 해안에는 고사리들이 한창이다.

그나마 고사리가 자란다는 건 습기가 어느 정도 있어서 숲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고사리가 자랄 수 없는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는 이렇듯 아름다운 꽃들이 한창이다. 

프랑스에서는 '브뤼에르'(bruyère)라고 불리는 보랏빛 꽃이 바로 '히드'이다. 

히드는 프랑스에서도 이 지역에 서식하는 꽃으로 유명하다. 특히, 브르타뉴의 에메랄드 해안과 함께 이곳 라곶이 유명하다.

나도 히드는 브르타뉴 지방의 해안에서 처음 봤다.

규토질 토양에서 주로 서식하는 히드는 그 종류만 8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얼핏 보면, 보라색 꽃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생김새의 히드가 마치 꽃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다.

군데군데 '난장이 아종'(ajonc)과 이름도 알지 못하는 키작은 꽃들로 해안이 뒤덮혔다.

브르타뉴를 여행한다면, 그곳 해안의 여름풍경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멀리 등대가 보인다.

등대가 보인다면, 라곶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이곳이 '라곶'(Pointe du Raz)이다.

프랑스의 거의 서쪽 끝에 있는 곶이다.

해안을 걸을 때 만나지 못했던 관광객들이 라곶에 도착하니 제법 많았다.

그들은 우리가 본 해안의 절경을 보지 못한 채 이곳에 당도한 사람들이다.



삐죽이 바다 깊숙히 달려나간 라곶은 풀한포기 잘 자라지 못하는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참을 걸어온 탓에 지친 나는 라곶 발치까지 가는 걸 포기한 채, 바위 위에 앉아 멀찍이서 땅끝을 바라 보았다.


라곶까지 오는 길도 아름다웠지만, 이 곶을 지나서 펼쳐지는 해안 역시 절경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일정상 더 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시 브르타뉴를 간다면, 라곶에서 못간 해안선을 꼭 걸어보고 싶다. 

히드가 만발한 여름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