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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가짜 옻나무(ailante) 그늘이 짙게 드리운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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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몽펠리에에서 살 때, 몇 달간 살았던 아파트에 심겨져 있는 '가짜 옻나무'('가죽나무'의 일종)의 모습이다.

바로 이 나무 뒤, 2층이 내가 살았던 아파트의 테라스다.

가짜 옻나무의 푸른 잎들이 짙게 드리워진 이 테라스에 앉아, 사르락 사르락 나뭇잎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는 건 참 좋았다. 

10년이 훨씬 지난 뒤 몽펠리에를 다시 갔을 때, 굳이 한 날을 온통 바쳐 이곳에 간 건 순전히 이 나무를 보기 위함이었다.

당시에도 키가 꽤 큰 나무였는데, 긴 세월을 따라 시원하게 더 커져 있었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보다 나무가 더 반갑다.

가짜 옻나무의 프랑스식 명칭은 '엘랑뜨'(ailante)로, '하늘나무'(arbre du ciel)이라는 멋진 별명을 갖고 있다.

하늘나무라는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어떤 일을 벌린다면, 제목을 '하늘나무'로 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난 이 이름을 쓸만한 걸 찾지 못했다.

어쩜 영영 '하늘나무'라는 명칭은 써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 그때 그곳에 있던 나무는 존재할 것이다.

10년도 더 지나서 건재한 추억의 나무를 본 것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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