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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엄마의 비료로 짓는 농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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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엄마가 직접 키운 깻잎을 가지고 만든 깻잎 장아찌이다.

몇년 전에 만들어, 약 2~3년 동안 냉장고에서 곰삭아 아주 맛이 잘 들었다.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맛있게 먹다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며칠 전의 일이다.

왜 이걸 진작에 포스팅할 생각을 못했던 걸까?

놀랍게도 이럴 때가 있다.


어머니는 깻잎 장아찌를 만들면서 통마늘을 구석구석 넣으셨는데, 통마늘도 잘 절여져 맛있기도 하지만, 엄마의 깻잎 장아찌의 시원한 맛은 바로 이 통마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마는 통마늘 외에 다른 것은 넣지 않고 오로지 간장만 넣고 깻잎 장아찌를 만드신다.

간장을 붓고 얼마간 있다가 따라내 끓여, 다시 부어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걸 일러 주셨다.

 

사실, 나는 어머니가 지은 농산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70대 중반의 어머니는 얼마 안되는 집 앞 텃밭에 야채를 가꾸실 때, 농약은 쓰지 않지만 비료는 꼭 쓰신다.

비료를 무슨 영양제 쯤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제발 비료도 쓰지 마라'고 하면...

"아주 쪼금 넣었어~" 하며, 또 귀엽게 말씀하신다.

나는 결국, 어머니가 비료 없이 농사짓게 하는 걸 포기하고 어머니가 지은 농산물을 가져다 먹지 않는 걸로 소심하게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깻잎 장아찌처럼 직접 만들어 손에 쥐어주시는 음식물까지 모두  거부하기란 역부족이다.ㅠㅠ


깻잎은 맛있게 모두(!) 먹었다.

그러나 나는 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무말랭이 무침이 있다.

이 무말랭이 무침은 아에 시장에서 산 무를 잘라 말린 것에 엄마가 비료를 주어 키운 고춧잎을 넣어 만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번에 만날 때는 나를 주려고 시래기나물을 볶으실 거란다.

물론, 이것도 지난 가을 김장을 할 때 시장에서 산 무의 무청으로 어머니가 장만해 놓으신 거다.

그 무청은 비료는 물론, 농약도 엄청 쳐서 키웠을 것이 분명하다.


농약과 비료가 들어간 야채로 만든 엄마의 요리는 그래도 맛있다.ㅠㅠ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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