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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살기

유방암 항암 9년차 정기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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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유방암 수술을 받은지 꼭 9년째 된다.

그 사이 재발하지 않고 아무일 없이 잘 지나, 9년이 되었다는 게 감격스러울 뿐이다.

요즘은 한해, 한해 해가 바뀌고 나이가 드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암을 잘 이겨내고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이가 들고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것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로서는 큰 병없이 연세가 드신 분은 정말 감동적이고, 

나처럼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잘 극복해 연세가 드신 분은 존경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은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어제는 매년 1회씩 하는 정기검진을 받고 의사 선생님께 결과를 들으러 암센터에 갔다.

나는 분당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했고, 계속 그곳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9년 사이 병원의 모습도 많이 바뀌어서, 요즘은 새로 지은 병동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하나도 바뀌지 않은 건 한 의사가 세 개의 방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진료를 하는 모습이다. 

각 병실 앞에는 접수를 받는 안내원들이 있고, 방안 역시 보조엄무를 맞는 의사들이 한명씩 배치되어 있어, 

담당의사가 진료를 원할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담당의사는 쉼없이 이 세 방을 몇 시간씩 오가며 진료를 한다.

너무 빡빡한 일정이다.ㅠㅠ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무 많아, 늘 예약한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어제도 나는 꼬박 문밖에서 30분을 기다렸다.

어제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이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는 읽을 거리를 챙겨가지 않으면 고통스럽다.

다행이 어제도 읽을 거리를 챙겨가는 걸 잊지 않았고, 게다가 재밌는 책이어서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마침, '음료 서비스'를 하시는 자원봉사자들까지 만났다.

분당서울대 병원은 이렇게 병원안 곳곳을 수레를 끌고 다니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평소에는 그다지 기웃거리지 않지만, 어제같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는 반갑기까지 하다.

나도 이날은 오렌지쥬스를 한잔 청해서 마셨다.


그러는 사이, 내 이름이 호명되고...

그렇게 9년차 정기검진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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