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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두릅나무 (5월,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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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아주 좋았던 5월 한 날, 오대산 선재길을 걷다가 발견한 두릅나무이다.

선재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나무들 가운데는 두릅나무도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두릅나무를 너무 많이 보아온 탓에 바로 알아보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뜰에 두릅나무를 정말 많이 키우셨다.

당시에 살았던 집은 한쪽 담장 전체가 가시가 촘촘 박혀 있는 두릅나무였는데, 키가 크고 빽빽하게 심긴 두릅나무는 담장의 역할도 잘 했지만, 봄마다 맛난 두릅싹을 내내 맛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소쿠리를 옆에 끼고 나가 두릅싹을 똑똑 꺾어온 사람은 나였다.

작은 키의 어린이의 손이 닿는 데라야 얼마나 높았을까만은 내가 따온 두릅싹은 일곱이나 되는 식구들이 반찬으로 먹기에는 늘 충분했다.

게다가 키가 잘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달린 싹을 떼려고 곧추 까치발을 세워가며 두릅싹을 따는 건 무척 재미있었다.

  


계절만 잘 맞는다면, 선재길을 걸으면서 맛있고 오동통한 두릅싹도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오월은 이미 싹들은 쇠기 시작하는 터라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이미 앞서간 사람들에 의해 쉼없이 싹이 꺾이었는지, 아직 잎은 충분히 달리지 않은 어린 나무였다.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마치, 친했던 어린시절의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발길을 조금씩 뗄 때마다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길 가장자리, 

사람들 눈에 잘 띄게 서있는 두릅나무가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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