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잘 가려주는 여름커튼 만들기

찌꺼의 바느질방



지난 여름, 꼬박 열흘 간 만든 여름 커튼이다.


사실, 커다란 천을 싹둑싹둑 잘라서 재봉틀로 꿰맨다면, 금방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것들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것은 옛날에 한 지인이 준,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남편을 통해서 얻은 특별한 자투리 천을 가지고 하려다보니 일이 너무 커졌다.

이 천은 마대자루를 만들었을 법한 성글게 짠 합성섬유이다.

어찌나 많이 주셨던지, 한보따리가 창고에 몇 년 째 쌓여 있었더랬다. 

어쩌면 주체를 못해, 언젠가 쓰레기통에 던져졌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비틀려 오려진 조각천으로, 올을 바로잡아 자르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고

재봉틀을 이용해 홑겹 쌈솔로 바느질을 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쌈솔은 두번(!)씩 박아주어야 한다.

게다가 천의 두께가 있어서 솔기들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ㅠㅠ


이 천은 올이 성글기는 하지만, 합성섬유인 탓에 끈적이고 통풍도 모시만큼 안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고정된 창의 그늘막으로 유용해 보인다.

사실, 처음엔 그저 거실 고정창에 햇빛을 가릴 요량으로 짧닥만한 몽당치마 같은 발을 만드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커져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커튼이 되고, 거실은 물론 부엌과 바느질방으로까지 넓혀진 것이다.

바느질을 할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완성해 달고 나니 흐뭇함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정면에서 본 모습!

빛은 들어오면서 햇볕은 막아주고...

무엇보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시선을 가려줘서 좋다.



그리고 처음에 만든 거실 창에 치려고 했던 발은 바느질방 커튼으로 폭과 길이가 딱 맞았다.

나는 덥석 바느질방에 달았다.

평소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바느질방과 내 침실에는 커튼을 치지 않는다.

천식이 심해서 될 수 있는 대로 커튼은 멀리하고 지내는데, 전시 차원에서 조금 치고 지냈다.


부엌과 연결된 뒷베란다 창에도 발을 쳤다.

바로 옆에 가스레인지가 있다.

부엌에 모시발은 너무 아깝다.

반찬을 만들 때 발생되는 기름 때로 부엌의 발은 금방 망가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정도의 발이 아주 적당해 보인다.

짧은 덕에 통풍도 비교적 잘 되고, 무엇보다 서쪽의 강한 오후 햇살을 잘 막아 주어서 부엌에 친 발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부엌 드나드는 창에 칠 작고 짧은 이 발은 세 개나 만들었다!ㅎㅎ

한참 동안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남은 것들!

엄청난 양의 자투리 천으로 쓸모있는 물건을 만들고 남은 것은 이것들뿐이다.

이걸로는 베란다 화분옆에서 즐겨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하늘풀님을 위한 그늘막을 만들어 줘야겠다.

햇살을 막아주면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