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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해외여행

주민들이 만드는 프랑스의 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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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프랑스에 살고 있는 미리암 덕분에 나는 프랑스에 머물던 지난 2년 동안 여름마다 그녀의 별장이 있는 앙블르퇴즈(Embleuteuse)에서 며칠씩 지내다 왔다. 바캉스 이주 행렬에 합류해,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에서 앙블르퇴즈가 위치한 최북단 해안으로 향하는 여행은 무척 긴 여정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앙블르퇴즈가 위치한 북부 해안에서는 영국의 흰 석회절벽이 멀리 어른거리며 보인다. 4km 너머가 영국이라고 했다. 그곳이 영국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 해안이라고 한다. 



마침 앙블르퇴즈에 도착한 날은 ‘마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동네 음악, 무용 클럽 회원들은 그동안 쌓은 기량을 뽐내며 행진을 했다. 아주 어린 꼬마부터 성인들까지 한 대열에 섞여 곤봉을 돌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행진하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또 이 행렬에는 해안에서 보트를 운반할 때 쓰는 트랙터들도 동원되었다. 

 


인형들을 주렁주렁 매달기도 하고, 동물농장처럼 꾸미기도 한 이 트랙터들은 하나같이 어린이들을 실은 수레를 뒤에 매달고 털털거리며 행렬에 합류했다. ‘트랙터 마차’에 탄 아이들은 지나가면서 길가에 늘어선 관중들에게 물총을 쏘기도 하고, 종이로 만든 꽃가루를 뿌리며 흥을 돋구었다. 

 


여름이 온 것을 축하하는 북불의 이 유쾌한 마을 축제는 짜임새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툴고 허술해, 더 웃음이 나왔다. 

행렬에는 재밌는 캐릭터로 변장한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익살을 떨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모두 마을 주민들이다.



또 젊은 남자들은 우스꽝스럽게 여장을 하고 색색의 양산들을 높이 받쳐 들고 그 행렬을 뒤따랐다. 

북부 프랑스에서의 축제는 늘 이런 변장과 퍼레이드로 채워진다. 



악기들이 행렬의 흥을 돋군다. 이때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그 뒤를 따라 마을을 한바퀴 도는데, 이 행진을 끝으로 축제가 마무리된다.

이 행렬은 북부 프랑스에서 캬니발축제의 행진을 꼭 닮았다.

북부 프랑스에서 캬니발 기간에 마을 곳곳에서 펼쳐지는 축제에는 늘 이런 행렬이 가득하다.



카메라를 든 동양인이 축제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사람들은 더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특히, 내 앞에서 재밌는 포즈를 취해 주신 이 아저씨 덕분에 나는 더 즐거웠다.

게다가 행렬의 사람들은 종이꽃가루를 내게 더 많이 뿌려주었다.

종이꽃가루를 한가득 뒤집어 쓰고 당황해하는 나를 보면서 행렬의 사람들은 물론, 구경꾼들조차 즐거워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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