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지은 브르타뉴의 전통농가

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브르타뉴의 옛날 농가들은 매우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저 헛간이 딸린 긴 경사지붕의 1층 건물로, 건물 안 한쪽에서는 가축들을 키우고 다른 쪽 방에서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집의 가장 중앙에는 요리를 하거나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커다란 벽난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상황에서 혼잡함을 피하면서도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이 ‘리 클로’(lit clos) 라고 불리는 ‘단힌 침대’였다. ‘리 클로’는 옛날에 브르타뉴 사람들이 잘 때 사용했던 벽창처럼 생긴 침대를 일컫는다. 리 클로’는 꼭 찬장처럼 미닫이 문이 달린 것도 있고, 반 정도는 나무로 막았지만 중앙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등,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띈다.



브르타뉴의 집들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나쁜 날씨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기능은 공통된 특징이다. 예를 들어,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옛날 집들은 남쪽으로 향한 벽면에 아주 작은 구멍을 하나 뚫었을 뿐이라고 한다. 물론, 오늘날 브르타뉴의 현대화된 집들은 여느 지방의 가옥과 다름없이, 전망을 즐기고 빛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 커다란 유리창을 달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다. 


브르타뉴의 오래된 전통 농가들은 많이 사라져 찾기 힘든데, 운 좋게도 우리 동네에는 이런 집이 아직 남아있다. 게다가 이 집은 옛날 렌 근방에서 볼 수 있다는 자갈, 지푸라기 등을 섞어 이긴 진흙(pisé)으로 지은 집이다. 우리 집에서 몇 블럭 지난 곳에 진흙으로 지은 농가가 있다. 그러나 이 농가는 너무 낡아, 허물어지기 직전이라 곳곳에 버팀목을 세워놓았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집은 곧 헐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동네의 단독주택들은 이런 흙으로 지은 농가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튼튼한 석조건물임에도 꾸준히 헐리거나 리모델링되고 있다. 그나마 비슷한 단독가옥으로 지으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라진 자리에 소규모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살았던 당시에도 오래된 화강암 돌집들이 부수어지는 걸 여러 차례 목격했다. 부수고 있는 집을 지나며, ‘설마 저렇게 튼튼하고 예쁜 집을 다 부술까? 일부를 허물고 보충하는 식으로 집을 수리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기대와 달리 며칠 뒤 다시 골목을 지날 때, 집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옆집 아주머니는 흙먼지가 자욱히 쌓인 앞마당을 묵묵히 쓸고 계셨다. 그렇게 동네에서 아름다운 돌집들이 사라지는 걸 꾸준히 보다가 돌아왔다.

  

이런 전통가옥들의 뜰은 대부분 무척 다. 저렇게 넓은 뜰을 가진 집터라면, 아파트가 한 채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허물어진 집들 자리에는 하나같이 작은 규모의 아파트들이 세워졌다. 이처럼 프랑스도 한국처럼 땅이 점점 건축물로 덮혀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춥고 낡은 전통 가옥을 없애고 더 쾌적하고 현대적인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게다가 집 한 채를 허물고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다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익이 있을 터였다. 그러니 이런 경제적인 이익을 무시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니, 나의 안타까움이란 것도 그저 여행자의 마음일 뿐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