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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비트레(Vitré)의 빌렌느강가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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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비트레(Vitré)라는 도시는 옛날 몽생미셀로 향하는 순례길의 한 길목이었다. 현재, 도시 중앙 골목길 바닥 곳곳에는 ‘몽생미셀 길’(Les chemins de Saint-Michel)을 표시하는 구리징들이 박혀있다. 이 순례길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었지만, 1998년부터 다시 찾고 복원해 2009년에는 유럽 전역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구체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중 비트레를 통과하는 순례길은 영국인들이 몽생미셀을 거쳐,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꽁포스텔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과 일치하기도 한다. 그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원래 몽생미셀길 표지는 몽생미셀과 지팡이가 그려져 있는데, 비트레에 박혀 있는 것은 산티아고 데 꽁포스텔라를 상징하는 ‘조개’가 덧붙여져 있다. 그러니, 옛날 비트레는 몽생미셀과 산티아고 꽁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객들이 만나는 곳이기도 했을 것이다.



조개가 덧그려져 있는 ‘몽생미셀 길’ 표지판을 따라 성을 끼고 북서쪽 경사지를 통해 성곽을 빠져나오면 시내보다 훨씬 소박하고 전원적인 비트레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이 펼쳐진다. 식당이나 호텔, 상점들로 가득 찬 시내와 전혀 다른 소박한 생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몽생미셀 순례길’을 안내하는 구리징은 언제 잃어버렸느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다시 비트레를 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바로 이 길 때문이었다. 처음 비트레를 다녀온 후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비트레의 다양한 정보들은 하나같이 성벽 밖 북쪽, 강가를 걷길 권하고 있었다. 



길 옆, 물길 건너편으로는 거대한 규모의 ‘몽타필랑 탑’(La Tour de Montafilant)이 그늘에 싸인 채 시커멓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위용이 하도 장엄해, 탑에서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자꾸 뒤돌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물길 옆으로 난 산책로에 접어들면, 바로 탑으로부터 눈길을 떼고, 키큰 과실수들과 관목들로 뜰이 가꾸어져 있는 소박한 집들의 울안을 자꾸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옛날 순례자들은 어땠을까? 갑자기 중세의 순례객들이 떠오른 건 바로 성밖, 이 북쪽 산책로를 걸으면서였다.내 생각에 비트레에서 순례객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도시의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는 순례객들에게 하루나 이틀, 쉬어간들 어떨까하는 마음이 들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그들처럼 이곳 비트레의 빌렌느강 발치 아래, 나도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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