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 둘레길에서 조깅하기

문득, 멈춰 서서



이곳은 내가 프랑스 릴(Lille)에서 유학을 할 때, 집근처에 있던 공동묘지이다.

집 근처라고 하지만, 족히 1km이상 떨어져 있던 곳으로 나는 이 공동묘지 담장을 따라 자주 조깅을 했다.

약 4km쯤 되는 묘지 둘레는 조깅을 하기에 매우 적당했다.

게다가 사람들도 별로 다니지 않는 한적한 인도는 달기기에 걸리적거리지 않고 참 좋았다.

집에서부터 뛰어서 묘지 둘레를 돌고는, 다시 돌아올 때는 달렸던 길을 따라 숨을 고르며 걸어서 돌아오곤 했다.

숨이 턱턱 차오르는 달리기에 열중하던 젊은 시절이었다.



러다가 몇 해 전 다시 릴을 방문했을 때, 나는 잊지 않고 이 공동묘지 둘레길을 다시 가 보았다.

이번에는 달리지 않고 천천히 산책을 했다.

낮에 내린 보슬비로 거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던 가을 오후였다.

묘지 담장 안의 키큰 나무들은 고개를 내밀어 떨어뜨린 낙잎들로 거리가 어지러웠다.

묘지 둘레는 10여년 전이나 전혀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그날은 한번도 들어가지 않은 공동묘지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이 가장자리를 수없이 달렸었는데, 당시엔 이 묘지 안에 들어와 볼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래 전에 살았던 동네 이웃을 만난 것처럼, 죽은 자들의 묘지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