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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해외여행

폴 발레리(Paul Valéry)가 묻혀있는 해변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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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이 공동묘지는 프랑스남부 세트(Sète)라는 작은 해안도시에 있는 '해변의묘지'라는 곳이다.

눈 앞에 보이는 저 바다가 바로 지중해이다.



십여년전 처음 세트에 왔을 때도, 그리고 한참 뒤 다시 세트에 갔을 때도 이 해변의 묘지를 가기 위해서였다.

해변의 묘지에 앉아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죽었을 때 이런 묘지에 묻히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고 넓은 언덕이 모두 묘지로 형성되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묘지의 모습이 반갑다.

  


특히, 이 해변의 묘지는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폴 발레리(Paul Valéry)가 묻혀 있는 곳으로 정말 유명하다.

그의 시 중에도 '해변의 묘지에서'라는 시가 있고, 죽어서 해변의 묘지에 묻혔다.

옛날에 이곳에 왔을 때도 우리는 폴 발레리 묘지 앞, 계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번에 갔을 때도 어김없이 폴 발레리 무덤을 찾았는데, 그 사이 폴 발레리 무덤 앞에 벤치가 생겼다.

사진 속 바로 앞, 노란 리스화환 조각품이 놓여 있는 무덤이 바로 폴 발레리의 무덤이다.

사람들이 와서 마음을 하나 올려 놓듯, 돌멩이를 하나씩 올려 놓고 떠난 것이 인상적이다.

  


나는 옛날처럼 다시 폴 발레리 무덤 앞에 앉았다.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 다시 이곳에 왔다.



해변의 묘지에서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그렇게 넓지 않게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죽음이 너무 평화롭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느낌마저 드는 곳은 해변의 묘지가 유일하다.

우리는 말을 잃은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는 새 뉘엇뉘엇 해가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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