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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살기

재래시장의 명절 준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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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동네에 있는 관악산에 다녀왔다.

산을 내려와서 관악산을 오가기 위해서 꼭 지나치게 되는 관양시장 입구를 지나가고 있는데...

늦은 오후, 명절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평소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는지라 많은 인파가 놀랍기도 하고, 공연히 들뜨는 기분이었다.

나는 특별히 명절을 챙기지 않기도 하지만, 또 명절기분을 내기 위한 몇 가지 음식은 한살림에서 미리 주문을 한 터라, 시장에서 살 것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날은 시장구경을 하고 가야겠다.^^



시장 입구를 들어서자, 관양시장 초입에 있는 '우리농수산'이라는 우리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있는 상점에서는 한과를 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색색깔의 곱고 다양한 종류의 가득 쌓인 한과를 보자, 명절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느낌이다.

상점 주인에게 한과를 좀 찍어도 되겠냐고 여쭈니, 사장님은 쾌히 승낙을 하면서, 

"상자에 든 것도 좀 찍어주세요!"하신다.



나는, "그럼, 상자는 사장님과 함께 찍을께요!" 하며, 환하고 인상좋은 사장님과 함께 한과박스를 사진에 담았다.

우와! 이렇게 큰 한과상자는 선물용으로 참 좋겠다. 보기만 해도 푸짐해 보이는 상자다.

상점 앞에 펼쳐져 있는 한과는 원하는 대로 섞어서 1근에 5.000원이라니 값도 저렴한 편이다.

맛은 보지 못해서 얼마나 맛있는지는 안타깝게도 알 수가 없다.ㅠㅠ



시장골목으로 좀 더 들어서자, 건어물 상점 앞에도 제수용품이 가득 나와 있었다.

밥풀산자와 약과는 물론, 차례상에 놓는 알록달록 재밌는 사탕들이 보인다.

나는 이 빨간 사탕이 너무 반가워 사진에 담았다.

어렸을 때, 차례를 지내고 나면, 크고 둥근 이 빨간 사탕을 꼭 하나씩 먹곤 했다.

엄청 큰 이 사탕은 입에 꽉 차서 굴려가며 먹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는데도 단 것을 좋아하는 내가 빼놓지 않고 먹는 사탕이었다.

게다가 이 사탕을 먹고 나면 입안은 온통 새빨갛게 물이 들었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었다.  

추억이 돋는 즐거운 음식이다.  



좀더 안으로 들어오니, 평소 반찬을 만들어 파는 가게는 전을 부쳐서 파느라고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새우튀김, 깻잎전, 고추전, 명태전은 물론, 얌전하게 부친 산적과 녹두전까지...

맛나고 고소해 보이는 전이 수북하다.

요즘은 전도 직접 부치지 않고 이렇게 사서 차례를 지내는가보다.

다른 어떤 가게 앞보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실, 전을 부치는 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피곤한 일인데, 사서 차례상에도 올리고 식구들과 나눠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 부모님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ㅋㅋ



생선가게에도 싱싱하고 잘생긴 제수용 생선들이 가득 쌓여 있다.

다들 어떤 생선을 장만해 올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차례상에서 생선도 빼놓을 수는 없다.



명절준비를 하러 시장에 왔다가 장만 봐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게다가 쌀쌀한 겨울 오후, 장을 보다 말고 어묵을 사먹는 사람들을 만났다.

'만복어묵'이라는, 듣기만해도 복이 쏟아질 것 같은 이름의 어묵집 앞에는 따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기도 하고 꼬치를 들고 있기도 한 사람들로 가게 앞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때문에 누구라도 '나도 어묵 한꼬치, 먹고 갈까?'하는 생각이 들 것만 같다.

김이 펄펄나는 어묵국물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명절에만 볼 수 있는 식재료들로 어울어진 재래시장의 특별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재래시장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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