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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이 축제를 벌이며, 온통 피었다.
그들 가운데 라일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곳곳에도 라일락이 눈부시게 피었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던 서쪽에 큰 꽃밭이 있던 우리 집에는 화단에 아주 커다란 라일락나무가 있었다.
당시, 우리 집 화단에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나무는 라일락이었다.
산들산들 바람마저 순해진 서풍이 불면, 활짝 열어놓은 서쪽 창으로 라일락 향기가 솔솔 들어왔다.
그래서였을까?
라일락 향기가 짙은 꽃그늘을 지날 때마다 유년시절, 바로 그 집 창가에 앉아 있는 듯 하다.
유년의 기억으로 빠져들게 했던 '푸르스트'의 '마들랜느'처럼, 나한테는 라일락꽃 향기가 그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하고 행복했던 그 향기가 시간과 공간을 너머, 나를 먼 어린 시절로 이끈다.
감미로운 라일락 향기에 이끌려 고개를 들어 창을 보면, 창밖으로는 작은 라일락 꽃송이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행복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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