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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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다란 종은 경주국립 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으로, '에밀레종'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에밀레종은 종을 만들기 위해 시주를 받으러 다니던 스님이 한 가난한 집의 아낙에게 시주를 청하자, 그 여인은 너무 가난해 시주할 것이 없는데 원한다면, 아이라도 가져가라고  농담을 한다.

그런데 정말로 아이가 필요한 상황이 된다.

종이 완성되었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쇳물에 녹여 종을 만들면 소리가 날 것이라는 계시에 따라, 스님은 아이를 데려와 다시 종을 만든다.

그렇게 완성된 성덕대왕신종은 아이에 원혼이 실려, 엄마를 원망하며 '에밀레~' 하고 울린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아주 어린 시절에 들었고, 이 잔혹한 이야기는 너무 무서워 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슬픈 전설이 담긴 아름다운 성덕대왕신종은 박물관 뜰에 매달려 있다.

고등학생시절 수학여행으로 다녀가면서도 알고 있던 전설 때문에 에밀레종은 매우 인상적으로 보였다.

​종에 활짝 핀 연꽃이 새겨져 있는데, 바로 이 동그란 원을 치는 거라고 한다.

에밀레종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종엔 마치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정교한 비천상조각이 새겨져 있다.

천사의 모습도, 둘레에 그려진 당초무늬도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퇴직하신 역사선생님의 질문!

"천사는 과연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걸까? 내려오고 있는 걸까?"

왠지모르지만, 나는 항상 비천상이라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 사이, 성모승천이나 예수님 승천과 같은 서양 기독교 그림을 너무 보아왔던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말씀이, 이 조각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란다.

그건 천사의 옷자락이 위로 향해 줄줄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나는 천사의 둘레에 아지랭이처럼 피어나는 것도 신비한 연기나 후광 같은 것인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ㅋㅋ

그런데 천사의 옷이었다니?!

​에밀레 종에는 문장도 새겨져 있다.

동, 서 두군데에 새겨져 있는데, 동면에는 성덕대왕신종을 만들게 되기까지의 기록을 산문으로 썼고, 반대쪽에는 네 글자씩 50줄로 된 운문과 글을 짓고 쓴 사람, 종을 만든 사람 등이 새겨져 있다.

이 정보는 종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ㅋㅋ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이름도 종에 새겨진 내용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새겨진 문장을 통해 에밀레종의 주조과정도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신라 경덕왕(재위742~765)이 선대왕인 성덕왕(재위702~737)의 명복을 빌기 위해 구리 12만 근으로 큰 종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하자, 경덕왕의 아들 혜공왕(재위765~780)이 즉위한지 7년만인 771년, 신해년 12월 14일에 종을 완성했다고 한다.

종의 주조과정과 제작연대를 이처럼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더 값져보인다.  

​종의 하단에 새겨진 당초무늬도 너무 섬세해서 마치 여인의 비단치마단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