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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브르타뉴의 빨래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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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mené-sur-Scorff


이 사진들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존재하는 옛날 빨래터를 찍은 것이다. 
브르타뉴 지방의 빨래터는 남의 빨래감을 빨며 생계를 잇던 가난한 여성들의 일터이기도 했지만, 이 고장의 이토록 많은 빨래터들은 과거 브르타뉴의 대표적 산업이었던 마직물산업과 관련된다. 

마로 짠 섬유는 삶고 빨고 하는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단계와 품질의 마직물로 완성된다.
피니스테르(Finistère)지역에는 ‘캉디’(kanndi: 빨래하는 집)라고 불리는 빨래터들이 존재하며, 코트다르모르(Côtes d’Armor)지역에는 침적 과정에 사용되었던 연못형태의 빨래터들이 곳곳에 있다. 

또 일에빌렌느(Ille-et-Vilaine)지역에는 대마를 손질하는 데 필요한 화덕(four)들도 산재해 있다.


Bécherel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전설이 깃들어 있고, 과거 빨래터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설화들로 가득하다. 

특히, 브르타뉴 전역에 전해지는 ‘밤에 빨래하는 여인들’(Les lavandières de nuit)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그녀들은 밤에 빨래터나 연못에서 빨래를 하는 귀신들이다. 

보통사람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세며, 그 지방의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이렇게 ‘밤에 빨래하는 여인’이 된 것은 더러운 수의를 입힌 채 매장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생전에 비누를 아끼기 위해 주문받은 사람들의 옷감을 돌로 치대 망가뜨렸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빨래터에서 너무 수다를 떨어, 영원히 빨래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Saint-Paul-de-Léon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녀들은 ‘죽음을 예고하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밤에 그녀들이 잘 다니는 길목을 지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특히 이들은 빨래터 근처에 남자가 지나갈 때면, 짜는 것을 도와달라고 젖은 침대보를 내민다고 한다. 

이때 반대 방향으로 짜주면, 빨래감은 물론 이 남자들의 몸까지 뒤틀려, 온몸이 배배 꼬이고 사지가 부러진 채 다음날 시체로 발견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밤에 빨래하는 여인’의 요청을 받게 된다면, 꼭 같은 방향으로 돌려 물이 짜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ㅋㅋ 

계속 같은 방향으로 짜다가 빨래하는 여인이 지치면, 재빨리 도망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권하고 있다.


Rennes


브르타뉴의 마직물 산업은17세기 프랑스가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대립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상인들이 발길을 끊음으로써 파국으로 치닿기 시작한다. 

프랑스 내에서는 어업에 종사하는 배들이 증기기관으로 대치되면서 19세기에 들어서는 돛의 수요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섬유산업이 기계화되면서 브르타뉴의 섬유 수공업은 완전히 망하게 된다. 

18세기, 2만 5천명에 이르렀던 손으로 옷감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현재 몇몇 장인들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다만, 빨래터들만 남아 당시의 마직물 산업이 도시마다 얼마나 성행했는지 알려 주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런 빨래터들은 문화재로 분류되어 잘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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