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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정호승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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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발길이 머문 곳은 시집들이 꽂혀 있는 책꽂이 앞이었다.

언제부턴가 시를 읽지 않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청소년기 이후, 항상 시들을 끼고 살았었다.

시를 읽지 않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젊은 시절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뒤부터였던 것 같다.

한국생활의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시인들의 이름이 낯설어지기 시작했고, 서슬퍼렇던 좋아하는 시인들의 맥빠진 작품들에 시들해진, 바로 그 지점부터 지금까지 시집을 들지 않았더랬다.


문득,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옛날 내가 좋아했던 시인들의 시집을 집어들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 연인이었던 이들을 보는 듯, 그들의 시집은 반가우면서도 슬프다.

대여섯권의 시집을 빌려와 가장 먼저 읽은 시집이 정호승의 '이 짧은 시간 동안'이다.

정호승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이 시집은 그가 5년의 공백기 이후에 낸 시집이라고 했다.

1999년 이후, 시를 쓰지 않다가 2004년에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조차 지금부터 12년 전의 책인 것이다.

대학시절 좋아했던 그의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나 '서울의 예수' 이후, 정호승의 시는 많이 변해 있었다.


그는 신선이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삶의 진실을 들여다 본 듯한 '산산조각', '꿈속의 꿈'과 같은 작품이 마음에 든다.


시인의 나이 때문인지 죽음에 관한 시들도 많았다.

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테마를 소재로 다룬 시들은 과거 정호승시인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작픔인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정호승시인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깊어진 것은 무척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이 시들은 덜 돋보인다는 느낌이다.

자신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것이 괜한 강박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조차 10여년 전의 일이니...

정호승시인의 최근 시집을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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