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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무 이야기

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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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향하는 6월 한날 오전, 관악산 산길 한켠에 산수국이 한창이다.

산수국꽃을 보면서 항상 '수줍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올들어 첫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국을 보니, 김용택 시인의 시 '산수국꽃'이 생각났다.

'나비같다'는 김용택 시인의 표현이 맞다고 혼자 중얼거며, 산수국의 장식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뒤돌아 보면서 산수국군락지 옆을 지나갔다.


산수국꽃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퉁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흔들렸던 것 같은

나무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흔들렸던 것 같은 나뭇잎을 가만히 들춰봅니다

아, 찬물이 맑게 갠 옹달샘 위에

산수국꽃 몇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나비같이 금방 건드리면

소리없이 날아갈 것 같은 

꽃이파리가 이쁘디이쁜 

산수국꽃 몇 송이가 거기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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