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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국카스텐 하현우의 음악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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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2집 앨범을 샀다.

내가 CD를 산 것은 백만년만이다.

언제인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데다가 한국가수의 앨범은 CD가 보급되지 않았던 고등학생일 때 구입한 '해바라기' LP판 이후 처음이니, 이건 정말 서쪽에서 해가 뜰만한 대사건이다.

나는 너무 평범해서 좋아하는 음악은 대중적이고 촌스러운 것들뿐인 사람이다.

그러니,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부른 노래는 딱 내 수준이 아닌가?

음악대장으로 추측되었던 '하현우'는 물론, '국카스텐'도 나는 처음 들어보는 밴드였다.

게다가 그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는 몇 년 전에는 외국에 있어서 더욱 알 기회가 없었다. 

그저 음악대장이 부른 노래를 좀 더 듣고 싶어, 유튜브를 드나들다가 호기심에 클릭해 본 '국카스텐'의 노래들!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의 환각상태를 음악으로 옮겨 놓은 듯, 퇴폐스러우면서도 정신분열적인 느낌의 국카스텐 노래를 몇곡 들었을 때는 '개성은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라고 '단호하게'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은근히 중독적이다!

'내 취향이 아닌', 이 낯선 노래들을 자꾸 클릭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들어도, 입에는 물론 귀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세상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매력적인 음악의 정체는 대체 뭐지?

클릭을 멈출 수가 없다...ㅠㅠ

급기야,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불렀던 노래들은 모두 제쳐두고 '국카스텐'의 동영상들만 무한 반복하며,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소위 '좋은노래'란 멋진음악과 문학적으로 형상화가 잘 된 가사가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가사에 더 주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국카스텐, 좀더 분명하게 하현우가 작곡한 곡들은 '노래에서 가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그건 지금까지 '좋은노래'에 대한 내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사건이었다. 

하현우의 노래들은 가사가 이해되지 않고 귀에 잘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준다.

게다가 노래에 담겨있는 주제의식과 음악이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서로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깃털'은 마치 깃털처럼 '슬픔'이 허공에서 부유하는 느낌이다. '오이디푸스'는 어둡고 무거운 그의 운명처럼 비장미가 넘치고 '변신'은 아이들처럼 명랑하다. 

아무 의미 없는 '허밍'(humming)들은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그는 노래까지 너~무 잘 부르지 않는가?


한 뮤지션의 음악에 몰입해서 약간 들뜬,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나는 여러 날을 보냈다.

그건 내 생애 처음 있는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하현우의 사이키델릭한 이 낯선 음악들에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국카스텐의 2집 앨범까지 사기에 이르렀는데, 그건 순전히 이 노래들의 가사를 열심히 익혀, 콘서트장에 가서 어린 소녀펜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뛰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들과 함께 국카스텐의 노래에 맞춰 함성을 지르고 떼창도 부를 생각이다. ㅎㅎ


참고로 나는 50살이 되도록 대중가수의 콘서트장에는 한번도 간 적이 없다.

그러나 꼭 기회를 내서 국카스텐의 콘서트에 가볼 생각이다.

노래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해주고...

이런 점에서 국카스텐 하현우의 음악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음에 틀림없다.​


쓰다보니, 국카스텐 음악에 대한 간증이 되고 말았다. -_-;

아무튼 하현우를 포함한 국카스텐 멤버들에게 내 경험이 즐거운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평범하기만 한 50대 여성에게 놀라운 각성과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그들이 지금까지 간직해 온 음악에 대한 열정이 영원히 이어져 국민들에게 멋진 음악을 계속 선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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