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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한여름에 죽령옛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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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죽령'으로, 바로 이 지점에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로 갈린다는 표시가 아주 크게 붙어 있다.

우리는 자가용 차를 타고 바로 이곳, 죽령 고개마루까지 왔다.

죽령의 옛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죽령'임을 표시하는 안내판도 크게 설치되어 있다.

죽령은 소백산의 해발 696m 고지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죽령은 관악산 정상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으니, 소백산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 알겠다.

​죽령옛길은 옛날에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를 안내하신 분의 말씀이 죽령옛길은 너무 깊고 험해서 아주 큰 도둑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죽령을 지나 박달재를 또 넘어야 하는데, 옛날 유행가에 나오는 '울고넘는 박달재'라는 가사는 박달재에서 도둑에게 돈을 모두 털려서 울고 넘는 것인데, 박달재만 해도 작은 도둑들이 있었고, 정말 큰 도둑들은 죽령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죽령에서는 얼마나 털렸겠냐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다.ㅋㅋ

죽령옛길을 정리하고 잘 복원해서 걷기 좋은 등산로로 가꾸어 놓았다.

표지판도 잘 붙어있고 옛길을 조망할 수 있는 지도도 함께 걸려 있어서 좋았다.

​이 지도는 소백산에 걸쳐 있는 죽령옛길의 전체적인 규모를 알 수 있는 큰 지도이고...

그 옆에 있는 이 지도는 우리가 올라갈 죽령옛길의 등산로를 표시한 지도이다.

죽령휴게소에서 도솔봉을 거쳐 묘적봉으로 향하는 길로, 우리 일행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맛배기로 '도솔봉 샘터'까지만 올라갈 생각이다.

죽령휴게소에서 약 1.7km에 해당하는 길지 않은 길이다.

​처음 입구에 들어섰을 때는 가파른 계곡 위로 산허리를 끼고 좁은 오솔길이 구비구비 이어졌다.

산속으로 들어오니, 정말 시원하다! 

​산허리 밑으로는 키가 엄청 큰 낙엽송 군락도 나타났다.

빽빽한 낙엽송들이 깊은 산속에 있는 느낌을 더 고조시켰다.

​잠깐 고개를 드니, 잘 생긴 낙엽송 나무가지 위로 파란 하늘이 너무 아름답게 펼쳐졌다.

'여름산이 무척 시원하고 좋구나!' 라고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은 여기까지이다.


이렇게 걷기 좋은 오솔길들이 조금 이어지다가 갑자기 나타난 비탈길!

밧줄까지 달린 비탈길들을 쉼없이 오르고, 바위도 기어오르고 하면서 샘터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며 걷고 또 걸었다.

너무 힘이 들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까맣게 잊고 나는 오로지 우리가 목표로 한 '샘터' 생각만 했다.

'샘터'란 존재가 있기나 한 걸까? 의심이 든 것은 너무 더워서였다.

게다가 이런 여름에 '샘터'의 물이 나오기는 할까? 의심만 더해갔다. 

한여름, 그것도 11시경에 깎아지른 듯한 산길을 올라간다는 건 너무 힘들다.


그 와중에도 옛날 선비들이 이 산길을 걸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과거를 보러 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하고 동행한 분들과 농담을 나눴다.

그러나 죽령옛길은 날씨만 좀더 선선하다면, 충분히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다음에 죽령옛길만 걷기 위해 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에 걸친 소백산 여행에서 이날 죽령옛길을 조금 걸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참고로 이렇게 더운 여름에도 졸졸 시원하게 떨어지는 샘터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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