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청풍호를 끼고 둘레에 난 국도를 달리다가 '금월봉'이라는 곳에서 잠시 멈추었다.
자동차에서 내릴 때, 한번도 본 적없는 낯선 풍경에 순간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바위언덕이 눈앞에 딱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월봉'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안내문에 소개된 바로는 금강산의 일만 이천봉의 봉우리를 닮아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린다는데, 그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아니다.
'또 바라만 보아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라는 문구는 광고의 카피처럼 과장스럽다.
'금월봉'은 어느 시멘트회사에서 시멘트에 들어가는 점토를 채취하던 곳이었는데, 점토를 채취하다가 바위산 형태가 드러났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흙이 많이 쌓였던 산이었을지가 더 궁금했다.
아름답다기보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기괴한 느낌이 더 강했다.
흙을 다 깎아낸 뒤, 뼈대만 남은 산은 이런 모습일까?
이 바위산이 인간의 가장 깊숙한 욕망을, 우리의 적나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잠시 전율이 일었다.
마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사막화된 산들을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이다.
게다가 여기에 약간의 인공적인 활동이 더해졌다고 하는데,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정체는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금월봉은 절대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풍경은 아니다.
금월봉의 구경거리는 차에서 내려 바라다보이는 것들이 전부이다.
바로 옆에 휴게소가 있는데, 현재는 공사 중이어서 더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도 한잔 마시면서 좀더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편안하게 느꼈으려나? 글쎄, 모르겠다...
바위 무더기 한켠에 설치되어 있는 이 집도 기괴스러움을 더해 준다.
금월봉은 방송의 세트장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왕건', '명성황후'와 같은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했다는데, 이 집은 방송에서 필요해 지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라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니 다행이다.
내가 놀란 건 이 근방을 여행하는 중 많은 사람들이 '금월봉'을 찾는다는 건데, 우리가 당도했을 때도 금월봉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금월봉은 그 정도 구경거리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로서는 금월봉을 구경하는 것보다 근처의 청풍호를 더 감상하는 것이 나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