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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국카스텐 콘서트 예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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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달 전부터 국카스텐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하도 짧은 시간에 매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엄두를 내지 못했고, 대형공연장 말고 작은 공연장에서 그들의 콘서트를 볼 수 있길 바랬다.

그런데 바로 우리 동네, 약 1000여석 되는 공연장에서 국카스텐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은 너무 반갑다. 

이 사진은 돌아오는 10월 8일, 안양에서 열리는 록콘서트 포스터이다.

이 콘서트에서 우리나라의 유명 인디록밴드 네 팀이 공연을 하게 될 거라고 한다.

이들 중에 '국카스텐'이 있다.  

여러 팀과 함께 하는 콘서트라 짦은 공연이 되겠지만, 집에서 가까운 '작은' 공연장에서 국카스텐의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특히, 모두 자기 색깔이 분명한 록밴드들이 참여하는 만큼,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불렀던 노래 말고 국카스텐의 곡들이 더 많이 소개될 거라는 기대 때문에 나는 더 이 콘서트에 가고 싶었다. 


더욱이 나는 이미 준비도 잘해 놓은 터였다.

'씽크홀'에서 언제 손박닥을 들어야 할지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고,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파우스트'의 인트롤과 '비트리올' 중간의 허밍도 완벽하게 연습을 해 놓았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변신'의 앞부분, 관객들의 코러스만 연습하면 나는 광팬들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이 국카스텐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카스텐 외에 다른 밴드들은 전혀 모르지만, 나는 유튜브를 찾아가며 이들의 음악도 조금씩 듣고 있었다.

아무리 국카스텐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가는 콘서트라고 해도 함께 참여하는 뮤지션을 모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밴드의 노래도 열심히 익혀서 즐겁게 공연을 즐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안양에서 하는 작은 공연에 사람들이 뭔 관심이 있을까?' 계속 이런 낙천적인 생각을 했다.

당연히 티켓을 구하기가 쉬울 거라고 확신하면서 즐겁게 티켓오픈날을 기다렸다. 


참고로 나는 록콘서트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으며, 인터넷으로 콘서트 예매조차 처음 해보는 50대 여성이다. 

티켓 오픈일이 되자, 아침부터 설레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욱이 예매창구가 열린다는 오후에는 30분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2시가 되어, '예매하기'를 클릭했더니 좌석선택 화면이 열렸다. 

나는 중앙 앞쪽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골라 '클릭'을 하고 '다음단계'를 신중하게 클릭했다. 

그런데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문장이 '떡!' 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앞, 좌석선택 화면으로 돌아갔더니, 뜨악!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이 엄청 줄어 있다!@@

나는 다시 신중하게 좌석을 선택하고 , 다시 '다음단계'를 클릭했다.

역시 '이미 선택된 좌석'이라는 문장이 또 나타났다.

결국, 다시 반복해서 좌석화면으로 돌아갔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은 딱 세 개!

이 마저도 모두 실패하고 다시 창을 열었을 때, 내 눈 앞에서는 선택할 좌석이 하나도 없는 화면이 '쫘악~' 펼쳐졌다.

이 모든 것이 끝나는 데는 고작 2분이 걸렸을 뿐이다.ㅠㅠ


사탕을 잡기 위해 달려갔다가, 앞선 이들이 먹고 던져 놓은 빠스락거리는 사탕껍질을 헤집으며, 알이 들어있는 사탕을 찾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데 그것이 2분 안에 정신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한동안 얼떨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이런 어이없는 결과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순진하게도 내가 클릭을 너무 천천히 한 것 같다.ㅠㅠ

게임중독된 아들 덕분에 국카스텐 콘서트 예매에 겨우 성공했다는 한 블로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렇다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날은 온종일 우울했다.  

그리고 이날의 우울감은 하루에 끝나지 않고 깊은 우울감으로 이어져, 며칠을 보냈다. 

온통 자신감까지 바닥을 낸 나의 국카스텐 콘서트 첫 예매 도전기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가 다시 오늘 국카스텐 전국투어 일정이 발표되었다.

내가 이 중 하나라도 예매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_-;

과연 올해, 아니 몇 년 안에라도 국카스텐 콘서트 예매에 성공해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ㅠㅠ

나의 국카스텐 콘서트 예매 도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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