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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국내여행

두물머리 발치에서 본 팔당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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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에 있는 분원이라는 곳이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쓰는 도자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져 강을 따라 뱃길로 한양까지 옮겨졌다고 한다.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

이 마을은 아주 어린 시절, 그러니까 내가 6살이었을 때 1년 반을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이 강가에 와서 노젖는 배를 빌려 뱃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노가 하나인 것은 잘 젓지 못하시고 두개 짜리 노만 저으실 줄 알았다.

두개짜리 노를 빌려서 항상 뱃놀이를 했는데, 어느날 노 두개 짜리는 모두 나가고 하나 짜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노가 하나인 배를 빌리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그때 엄청 용기를 내셨을 것이다.

그걸 타고 강으로는 어찌어찌 나가기는 했는데, 돌아오질 못해 쩔쩔 맸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사건이다.

아버지가 쩔쩔매시는 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언니와 나는 배 안에 있던 깨진 바가지에 물을 담아 신령님께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면서 깔깔거렸다.

그러다가 마침 그 곁을 지나가던 한 척의 배에 탄 두 젊은이들 덕에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젊은이가 우리 배로 옮겨 타서는 노를 저어 주었던 것이다.

우리 자매는 소원을 빌었더니 바로 이루어졌다고, 우리의 기도가 효과가 있었다며, 흥분하며 펄쩍거렸던 사건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바로 이곳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강가에 나룻터가 있는 걸로 봐서 여전히 이곳에서 배를 탈 수 있는가보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다니는 배는 없었다.

배를 타러 다시 가봐야 할까?ㅎㅎ

이곳이 오른쪽으로부터 흘러온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자리이다.

왼쪽의 경안천의 물까지 합쳐져 팔당호에는 이렇게 큰 물들이 모인다.

사진 저 끝, 왼쪽으로 치우쳐서 보이는 교량 같은 것이 바로 팔당댐이다.

어머니 말씀이 옛날보다 훨씬 댐이 넓어졌다고 한다.

70년대 초였던 당신에는 이 교량의 절반가량의 길이로 중앙에 있는 부분만 존재했었단다.

그러니 당시에 밭이었던 곳들이 다 물에 잠겼고 팔당호가 엄청 넒어졌다고 설명해주셨다.

지금은 사라진, 옛날 우리 집이 있었던 곳 바로 앞에서 물이 찰랑거렸다.

​이 사진은 강가에 있는  팔당전망대에 들어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팔당호의 전경을 찍은 것이다.

줌을 당기니, 팔당댐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중앙에 있는 섬이 '소내섬'이다.

아버지와 배를 타러 간 곳이 '소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어쩌면 저기는 옛날엔 언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좀더 부모님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

물오리떼들이 몰려다니면서 물을 차며 펼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넉을 잃고 구경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너른 강줄기들이 만나서 이룬 광대한 호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갑자기 팔당호를 보니, 기억 저편에 있던 흐릿한 기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40년도 더 지난, 애초에 가물가물 했던 기억들이 점점 또렷하게 떠올랐다.

다음에 다시 가서는 골목이며, 산자락을 속속들이 걸어보고 싶다.

더 많은 기억들이 떠오를 것 같다.

기억을 찾아,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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