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집을 방문한 지인들과 안국동에 갔다가 식사를 한 곳은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향하는 길가에 있는 '조금'이라는 식당이다.
이곳은 솥밥이 유명한데, 아에 솥밥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
나는 이 근처를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처음 보는 식당이었다.
우리를 데려가신 분은 이 근처에서 20년동안 직장생활을 하신 분인데, 10여년 전에 즐겨다니던 식당이 아직도 있다며 아주 좋아하셨다.
조금솥밥 전문점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아시고 이 집 솥밥을 맛보여 주고 싶다며, 우리를 데리고 가신 것이다.
나 역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식당이 드문 현실 속에서 이 식당은 존재 그 자체가 감동스러웠다.
주문할 때부터 밥을 지어서, 도착해서 주문을 하면 30분이 걸린다며, 먼저 예약을 하고 갔다.
식당을 들어서며 예약을 했노라고 말씀드리자, 바로 옆 별관으로 안내받았다.
사실, 식당 안에 들어섰을 때 손님도 많고, 한켠에서는 꼬치까지 굽고있어서 좀 어수선하다는 인상이었는데, 별관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약간, 어두운 조명은 일식요리점의 특징일까?
이 조명 덕분에 더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이다.
지인께서 미리 주문해 놓은 솥밥이 나왔다.
이 메뉴는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조금솥밥'이란다.
뚝배기로 된 솥에 새우, 죽순, 양송이, 관자, 맛살, 대추 등을 얹어 밥을 지었다.
그리고 젓갈과 몇 가지 짠지가 미소된장국과 함께 나온다.
1인 1쟁반에 정갈한 몇 가지 반찬을 곁들인 건 무척 마음에 든다.
맛도 나쁘지 않다.
가뜩이나 이날은 쌀쌀한 야외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다가 따끈따끈한 밥을 먹으니, 더 맛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밥에서 맛살은 좀 거슬린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게맛살을 몇 토막 얹었는데, 왜 이런 싸구려 재료를 곁들였는지 모를 일이다.
게맛살 없이 천연식재료들 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고 맛난 밥임을 증명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다.
그런데 돌아와 나는 가격에 다시 놀랐다.
자그만치 15,000원이나 한다!
이렇게 비싼 밥인 줄 몰랐다.@@
조금 솥밥전문점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든 것은 출입문 앞에 내걸린 노렌이다.
보라색 면으로 만든 노렌은 전혀 꾸미지 않고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