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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관악산의 비 내리는 풍경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리던 날, 관악산 자락은 인적마저 끊겨 매우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이렇게 조용하고 한가한 산길을 걷는 게 좋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에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길은 더 미끄러워 걷기가 좋지 않았지만,
비에 젖은 가을산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날 처음 알았다.
갈색으로 단풍이 든 떡갈나무의 붉은 잎이 비에 젖으니, 더 맑고 붉다.
늘 관악산에 올 때마다 쉬었다가 가는 벤치가 있는 곳이다.
젖은 벤치에 앉지는 못했지만, 그날도 잠시 숨을 고르며 이곳에서 쉬었다.
길을 멈추고 쉰 덕에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쉼없이 걸을 때는 아름다운 걸 보지 못한다.
산행에서 늘 멋진 풍경은 너무 힘들어, 길을 멈춘 채 숨을 고를 때 보았던 것 같다.
인생도 그렇겠지?
지나온 삶을 돌아봐도 가던 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을 때 가장 평안했고 행복했다.
이건 비에 젖은 소나무 몸통이다.
그리고 참나무!
평소에도 완연히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비에 젖으니 얼마나 더 다른지 알겠다.
고개를 곧추 세우고 키큰 나무를 올려다 보기도 했다.
곧 작년 이날처럼 산엔 단풍을 붉게 물들 것이다.
지금은 단풍을 기다리고 있다.
비가 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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