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인 남자친구가 바랑을 갖고 싶다고 말한 건 벌써 1년도 더 전의 일이다.
나는 그를 위해 큼직한 바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낭만적인 친구인 만큼 천은 천연염색을 한 것이 좋겠다.
그 천으로는 내가 직접 물을 들인 감물염색을 골랐다.
'무늬는 가늘게 가운데에 줄무늬가 어떨까?'
그 사이 모아놓은 자잘한 천들을 연결해 1인치 넓이로 줄을 만들었다.
이 줄에는 천연염색천 뿐만 아니라 천연염색 느낌이 나는 화학염색 천들도 이용했다.
그랬더니, 좀더 화사한 느낌의 줄이 되었다.
나는 준비한 천의 정중앙에 세줄로 무늬를 넣고 역시 감물염색 천으로 안감을 댔다.
양편 모두 똑같은 무늬로 만들어, 아무 쪽으로나 매도 상관없도록 하면 더 쓰기가 좋겠다.
이 바랑은 솜 없이 안감만 대고 퀼팅을 할 것이다.
솜을 대지 않고 퀼팅을 할 때는 안감과 겉감이 밀리지 않도록 시침질을 잘 해야 한다.
두꺼운 면실로 시침질을 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시치는 작업은 허리도 아프고 시간도 제법 거리는 피곤한 일이기는 하다.
시침질하는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린다 싶어도, 시치지 않으면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꼭 시침질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줄을 따라서 퀼팅을 했다.
앞과 뒤, 모두 같은 무늬로... 이렇게!
퀼팅한 부분을 확대하면 이렇다.
패치워크한 데는 폭이 너무 좁아, 퀼팅을 하지 않는 것이 시원해 보이고 천도 당기지 않는다.
카메라를 바싹 대고 한컷 더~
마음에 드는 무늬다.
양 옆구리를 연결해 마무리를 짓고, 윗부분에 어깨끈을 넣을 부분은 따로 천을 대서 만들었다.
바랑의 입구를 위해, 따로 천을 대는 것은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무늬가 입구까지 연결되어 있을 때는 무늬없는 천을 덧대는 것이 더 예쁘다.
위 사진은 완성된 모습이다.
어깨끈은 도톰하게! 그러나 뻣뻣하지 않아야 바랑의 입구가 잘 조여진다.
바랑의 입구를 조이면 이런 모습이다.
좀더 바싹 당기면 더 꽉 조여진다.
전체 크기는 56(가로)X58(세로)cm이다.
남성용 바랑은 엄청 크다!@@
어깨끈 매듭은 이렇게!
어깨끈 길이는 여기서 조절하면 된다.
2016년이 지나기 전에 친구를 만나 바랑을 줘야겠다.
친구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는 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