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 하늘풀님과 나는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마침, 아트나인에서 하는 영화들 중 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 이번에는 아침 일찍 가서 조조로 상영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이어서 하는 '에곤 쉴레'를 보고 올 계획을 세웠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고 '에곤 쉴레' 역시 우리 둘 다 너무 좋아하는 화가이기 때문에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가 궁금했다.
기대에 어긋남 없이 두 작품 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두 번째 영화를 시작할 때 자막으로 '의자 밑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우와! 그런데 바로 하늘풀님 의자 밑에 '빨간 양말'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늘풀님도 나도 경품 행사에서 당첨된 적이 한번도 없었던 터라 우리는 깜짝 놀랐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 안내 데스크에 이 양말을 보여주니, 축하인사와 함께 '제인 오스틴'의 책 '오만과 편견'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이날 깜짝 선물은 하늘풀님만 받은 것이 아니다.
의자 밑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극장 안에 있던 관객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다들 의자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깜깜한 의자 밑으로 고개를 깊숙이 숙였는데, 선물은 없었지만 바닥에 1000원 짜리 지폐가 한 장 반이 접힌 상태로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동전을 주워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지폐를 주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늘풀님에게나 내게나 이것들은 매우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주신 걸까?
'크리스마스 아침, 산타의 선물?'
올 크리스마스는 산타할아버지가 진정으로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 밖에 없는, 내게는 매우 특별한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