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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살기

석수시장의 퇴물이 되어가는 예술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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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년전에 예술가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이 하나가 되어 침체된 재래시장 살리기 위해 참신한 시도들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당시에 진행된 예술작업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하고, 그 작업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 석수시장을 찾았다.

​석수시장은 안양의 석수동에 존재하는 재래시장으로, 쇠락해가는 재래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들어와 거리예술을 선보이고 군데군데 젊은 감각의 예술작품을 만들고 그들의 아틀리에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여왔다.

시장입구도 골목도 예전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건물에는 예술가들이 그려놓은 그래피티 예술품들이 여러 곳 눈에 띠었다.

​이런 장난스러운 작업도 있다.

이것도 예술작품이겠지?

​연탄재를 가마에 구워, 그 위에 도자기로 만든 오리를 올려놓은 이 작품은 옛날에도 인상깊게 본 기억이 난다.

내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벽에 높이 걸어 놓은 삽도 여전하다.

이건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지붕위를 달려가는 거미떼들!

우르르 소리를 내며 기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2008년에 작업한 것이라는 년도까지 선명하게 표시된 이런 그림도...

​시장의 큰 건물 벽에는 '석수아트터미널'이라는 글도 쓰여 있다.

그러나 마크의 일부분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예술가들의 작업들은 시장안에서 또다른 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더는 손을 보지 않아 지워지고 있었고, 옛날에 관심있게 본 작품들 중 여러 개는 이미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당시에 있었던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는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퇴락해가는 시장을 살리는 일이 젊은 예술가들이 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상권을 살리는 일도, 예술가들의 새로운 일터를 만드는 것도 모두 실패한 것 같다.

퇴락해가는 시장을 바라보는 것보다 골목의 퇴물로 초라해져만 가는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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