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부터 15일까지 현장아카데미에서 열린 '세월호 작은 도서전'에 다녀왔다.
예쁜 정원이 딸린 부암동의 현장아카데미를 찾았을 때는 노랗게 개나리가 피어있을 때였다.
현장아카데미 사무실을 들어가기 직전 지나가게 되는 한 벽에 붙어있던 세월호도서전 포스터와 개나리가 어울려, 묘한 슬픔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추모하러 왔다는 느낌을 받은 건 바로 이 풍경 앞에서였다.
이 도서전은 현장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원장님께서 세월호참사 이후 지금까지 출판된 출판물들 중 인문, 사회과학, 문학 계통의 책들을 모아 전시한 것이라고 한다.
'학자로서 책을 가장 가까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책을 모아보면 어떨까'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 사이 이슈가 되었던 책들은 물론, 이런 책도 있었나 하는 다양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된 책들을 보면서 열심히, 그러면서도 꼼꼼하게 책을 찾아 다니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이 도서전에 관심을 보인 분들이 많아, 노원구에서 전시가 이어진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군데군데 책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관련한 추모물들도 눈에 띈다.
접시에 가득 담긴 세월호의 다양한 노란리본들은 현장아카데미 분들이 얼마나 세월호와 관련한 일에 적극적이셨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나를 사로 잡은 것은, 바로 이 투박한 옹기대접에 담긴 물과 그 속에 떠있는 손톱보다도 작은 꽃한송이였다.
'생명이 곧 하늘입니다'라는 글이 쓰여진 나무받침에 받쳐 있었다.
나는 이걸 보면서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소박하면서도 경건한...
화려하고 웅장한 무엇보다 이처럼 소박하고 작은 것에서 더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 옹기대접에 띄워놓은 꽃을 보면서 생각했다.
특히, 이날은 세월호 희생 학생의 두 어머님께서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좋았다.
그들의 살아생전의 꾸밈없는 삶의 이야기가 현장아카데미의 분위기와 어울려 성스러움을 극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