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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논란속에 사라진 황지해의 '슈즈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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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저 알록달록한 물결같은 건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황지해 작가의 '슈즈 트리'(Shoes Tree)라는 설치예술품이다. 

서울로7017의 개장과 발을 맞춰 설치된 이 작품은 시민들이 신었던 신발 수만개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해서 화재가 된 작품이었다.

흉물스럽고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예술작품이 대체 뭔가?' 하는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이 5월 29일,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전날 순전히 슈즈 트리를 보러 서울역으로 갔다.

역사속에서 사라질 이 작품을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사람들이 흉물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이 간다.

나는 광장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가 가까이서 슈즈트리를 감상했다.

신발에서 날 수도 있겠다는 발냄새는 모르겠지만, 신발재료로 쓰인 화학물질 냄새는 지독했다.

슈즈트리를 둘러싸고 풍기는 석유화확재 냄새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신발터널도 만만치는 않다.

고가도로부터 쏟아져 내려온, 마치 파도같은 신발더미들이 서울역 광장에 닿아서는 나무와 풀들을 만나고 있었다.

​펼쳐진 신발들 사이사이에 꽃들이 심어져 있고 나무들도 자라고 있었다.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추측을 벗어나지 않고 바닥에 낳게 깔린 신발들 안에는 너무 예쁜 허브와 꽃들이 햇볕속에서 빛나고 있다.

이제 신발은 생명을 키우는 화분이 되어 예쁘게 보이기까지 하다. 

알록달록 페인팅된 신발들 안에 심어진 꽃들이 예쁘다.

결국, 작가는 도시의 폐기물들이 꽃을 피우는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고가도로가 사람들이 걷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책로로 변한 것처럼, 신발로 대체될 수 있는 산업사회의 폐기물들이 자연과 만나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정신은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어 보인다.

나는 작가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러나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신발이 필요했을까?

또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슈즈트리를 만들기 위해 국민 세금이 1억원도 넘게 들어간 만큼, 공공예술품을 제작할 때는 좀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슈즈트리 옆에는 메모판을 설치해 놓아, 작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매스콤에서 논란이 컸던 되었던 만큼, 이 메모판에서도 '좋다, 나쁘다' 하는 의견이 무척 차이가 났다.

슈즈트리는 결국, 떠들썩한 소란을 피운 뒤 철거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창작자의 예술의 자유'와 '예술작품이 꼭 아름다워야 하는가?' 질문하며, 이 작품의 작가 황지해를 감싸고 돌던 많은 분들이 곤란을 겪지 않도록 장마철이 되기 전에 슈즈트리를 철거한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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