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동헌'의 모습이다.
'동헌'은 조선시대 지방 수령이 근무했던 관청으로, 오늘날로 치면 지방의 행정부와 사법부의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풍락헌, 혹은 음순당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1890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891년(고종28년)에 새로 지었다.
일제강점기 조선말살정책을 펴면서 1934년 민간에 매각되었다가 2007년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작은 문은 동헌으로 들어가는 쪽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전주시에서 매입해 돌보고 있는 전북지역의 고택(전통 한옥)들이 나타난다.
이 한옥은 '일송 장현식 고택'(안채)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일송 장현식(1896~1950)선생이 1932년 김제 금구면 서도마을에 건축한 전통한옥으로 목재가공의 수준이 정교해 전통한옥으로서 건축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건 '정읍고택'(별채)이다.
'정읍고택'은 보천교를 창시한 월곡 차경석(1880~1936)이 정읍 대흥리에 세운 50여채의 보천교 본당 부속건물 중 하나이다.
1936년 보천교가 해체된 뒤, 내장산으로 옮겨져 사용되었다.
ㅁ자형 한옥으로 보온효과를 높이고 바람을 막으려는 북부지방의 한옥 양식으로, 중부지방 이남에서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정읍고택'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부이남에서 ㅁ자 양식은 보기 힘들다는데, 중부지방에서 이런 식의 한옥은 정말 흔하다.
나는 이 고택이 정말 마음에 들어, '이런 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별채답게 부엌과 여러 개의 방, 대청과 툇마루 등 한옥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골고루 담긴 건물이다.
이 한옥은 '임실 진찬봉 고택'(사랑채)으로, 임실군 임실읍 성가리에 소재한 진참봉댁 사랑채를 옮겨온 것이다.
180여년 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참봉댁 안채는 용인민속촌 조성 당시 매각되어 이축되었으며, 철거예정이던 이 건축물을 전주시가 온전하게 옮겨왔다.
'임실 진참봉 고택'을 멀리서 한 컷에 담아보았다.
아주 단정하면서 잘 생긴 한옥이다.
임실 진참봉 고택의 쪽마루!
나는 이 툇마루에 앉아 지나가는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잠시 앉아있기도 했다.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조선시대 한옥들이 옮겨와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전주시는 자기 시의 트랜드를 한옥으로 정하고, 그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참 잘 하는 것 같다.
특히, 전북 지역에 있는 귀한 한옥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현장을 여기서 보았다.
전주에 와서 상업적인 전주 한옥마을을 즐기는 것에 멈추지 말고 꼭 짬을 내서 '전주동헌'과 그 주변에 있는 '진짜 한옥'들을 구경하길 바란다.
진짜 매력적인 전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