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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백무산의 그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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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의 시집, '거대한 일상'에서 가장 마음에 든 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나도 이런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대 생각
그대를 생각하는 일은, 저녁 빈들 보리검불 태우는 연기 아득히 노을진 강을 건너는 일입니다.
동트는 금호강 바위벼랑에 벗어놓고 떠난 여인의 흰 코고무신 물안개에 둥둥 흘러가는 일입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일은, 장마당 나온 보현산 시골 아낙 냉이 고들빼기 봄나물 소쿠리에 자글자글 봄볕 붐비는 졸음입니다.
사과꽃 하얗게 지던 밤 청량리행 막차 떠난 자리 첫마음에 피던 꽃들 우수수 지던 밤 피를 끓이던 소쩍새 울음입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일은, 약장수 장구가락에 궁초댕기 애가 타도록 부르던 뽀얀 분 바른 얼굴에 땀 얼룩지는 은비녀 쪽진 머리 스무살 여인입니다.
진눈깨비 흩날리던 파지 무렵 낙숫물 지는 천막집 장꾼들 막걸리 한잔에 석 자 한숨이 깜장고무신에 질벅거리는 일입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일은, 완산 들녘 출렁이는 청보리 물결 노고지리 까마득 우짖던 하늘 하얗게 타들어가는 빈혈입니다.
저녁 짓는 연기 깔린 멍석마당에 된장국에 호박잎쌈 쪄놓고 어머니 대문간 나와 노을처럼 아득하게 날 부르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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