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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몽당연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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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연필들을 썩썩 깎았다. 

깎기 위해 하나하나 들어다 보고서야, 친구가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는지 알았다.

모두 너무 예쁘다.


나는 필기도구로는 연필을 선호한다.

연필로 공책에 글을 쓸 때, 사각사각 거칠게 슬리는 소리와 느낌이 좋다.

그래서 책상 위 필기도구 꽂이엔 볼펜은 거의 없고 연필만 그득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꽁지에 지우개가 달린 연필이다.

글씨를 쓰다가 틀렸을 때, 달려 있는 지우개로 바로바로 고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연필에 달려 있는 품질이 별로 좋지 않은 지우개로 지웠을 때, 지운 자국 선명한 거무틱틱한 종이 위에 글씨를 고쳐 쓰는 것이 재밌다.

쓰고 지우고, 고쳐 쓴 흔적들이 거칠고 투박하게 남아 있는 메모들이 좋다.

그런 탓에 나는 여전히 밖에 다닐 때도 연필을 챙기고 연필로 또각또각 메모를 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작아진 몽당연필도 많다.

손가락만하게 작아진 몽당연필을 그냥 쓰기는 좀 힘들다.


물론, 비싸지도 않은 연필을 끝까지 쓸 필요도 없겠지만 어렸을 때 배운 대로 몽당연필은 볼펜깍지에 끼워서 쓴다.


볼펜깍지에 끼운 연필은 한참을 더 쓸 수 있다.

쓰다가 헐거워지면, 종이로 말아서 끼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손톱만큼 작아질 때까지 쓸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몽당연필은 볼펜깍지에 끼워서 쓰고 공책의 아래 위칸은 물론, 겉장의 안쪽 페이지까지 줄을 그어서 사용했었다.

이건 모두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신 것이다.

물론, 가난한 시절의 옛날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 가장 귀한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아껴쓰는 습관을 익힌 것이 아닌가싶다.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귀하게 여기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쓰는 것이 좋다. 

그저 몸에 밴 습관이지만, 물자가 넘치는 오늘날에도 아껴쓰고 절약하는 생활태도는 여전히 의미있지 않을까?

연필을 깎으며, 문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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