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얀 깃털은 며칠 전 하천 산책길에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크고 잘 생긴 깃털은 백로의 것이 분명했다.
내가 직접 본 것들 중 가장 크고 예쁜 깃털이다.
옛날 사람들이 글씨를 썼던 깃털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깃털을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나왔다.
이런 것은 욕심을 내고 들고 왔다가는 곧 애물단지가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이날, 백로의 멋진 깃털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다.
사실, 이 깃털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좋아하는 국카스텐의 '깃털'이라는 노래였다.
'깃털'은 길을 걸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듣는 국카스텐의 트랙 중 한 곡이다.
최상의 높은 곳에 올랐다가 추락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지었다는 이 노래는 그래서 슬프고 애닯다.
깃털 노래는 마치 하늘에서 가늘고 작은 깃털들이 부유하며 떨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깃털 노래를 들으면, 항상 최승자 시인이 생각난다.
그녀는 왜 정신을 놓아버린 걸까?
그녀가 갇혀 있을 고독과 적막의 세계, 그 안에서 한없이 추울 최승자 시인이 떠올라 노래를 들을 때마다 먹먹한 슬픔에 젖곤 한다.
깃털 노래는 너무 아름다우면서 슬프다.
깃털
저 멀리 가늘하게 떨어지던
아픈 꿈은 남겨진 이야길 하네
조용히
이곳은 견딜수 없이 춥다고
아무도 나와 닮지 않았다고
너마저
기나긴 어제와, 기나긴 소음과
더 기나긴 바람의 흔적과,
더 기나긴 날개의 노래는
하늘로 떨어진
길이 없는 곳에 남겨진
안개로 가득한 이곳을
바람에 버려진
아픔 없는 곳에 떨어진
어찌할 수 없이
망가진 그대는 바라네
아득하게 사라지던
아름다운 외톨이는
내 두 눈 속에 녹아
고여있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