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것은 꼭 그곳에 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친구랑 나랑 만나기에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이 이유였는데, 토요일인 어제는 홍대앞 공원에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수년 전, 프리마켓이 너무 궁금해 딱 한번 일부러 와 본 이후 처음이다.
프리마켓에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친구와 나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러다가 친구를 세워놓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겠다는 내 말에 쑥스러워 하는 친구에게, "우리는 아줌마들이니까, 이렇게 촌스럽게 찍어도 괜찮아!" 했다.
꼭 무엇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재밌는 곳이다.
핸드메이드 예술품들과 공예품들이 옛날보다 더 멋지고 다채로워졌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우연히 이곳을 찾은 날, 프리마켓을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프리마켓에는 여러 가지 예쁘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지만,
이것들 가운데 가장 내 관심을 끈 것은 아래에 있는 작품들이다.
'Fragrance 향기나는 그림'이라고 이름붙인 이 가판대의 그림들은 모두 각자의 향기들이 지정되어 있다고 했다.
젊은 작가 아가씨는 그림도 직접 그리고, 그림에 맞게 향기까지 모두 만들었단다.
이걸 단돈 2000원에 팔고 있었다.
'그림과 짝을 이룬 향기'라는 컨셉이 신선하다.
난 사실, 이것들 중에서 고양이 인형이 있었으면, 샀을 것이다.
종이로 디자인된 여러 동물 캐릭터들은 옛날에 우리가 많이 가지고 놀았던 종이인형처럼 빳빳한 종이에 프린트되어 있다.
이 인형들을 가위로 오려 설명서에 써있는 대로 조립을 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입체 종이 인형의 장점은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재밌게 생각되었는데, 고양이가 없다...ㅠㅠ
"고양이는 없나요?" 내 질문에, 젊은 작가는 "이 강아지가 고양이랑 닮지 않았나요?" 한다. ㅎㅎ
고양이 캐릭터까지 갖춘다면, 더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확실히...
아이디어가 매우 돋보이고 재밌는 아이템이다.
나는 이 인형들 앞에서는 주저앉고 말았다.
두번 생각할 것도 없다. 귀여운 이 인형들을 사지 않을 수는 없다.
천의 색깔도 화사하고, 바느질도 꼼꼼하다.
솜씨가 참 좋다.
이 인형들 가운데 나는 목에 부채같은 것이 둘러있는 공룡을 한 마리 선택했다.
하늘풀님을 주려고 그녀가 좋아하는 초록색의 공룡을 샀다.
또 가방에 달고 다니기 좋게 고리가 매달린 것으로 골랐다.
그런데 이 공룡의 이름이 뭐더라?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안내문을 보니,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3~18시까지 홍익어린이공원(홍대앞 놀이터)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
이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6월부터이고, 누구나 스스로 창작한 물건들을 팔 수 있다고 한다.
프리마켓 문의: www.freemarket.or.kr
livingnart257@gmail.com 02-325-8553, 8515